사랑은 언제나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았고
또 마음은 말처럼
늘 쉽지 않았던 시절
나는 가끔씩 이를테면
계절 같은 것에 취해
나를 속이며
순간의 진심같은 말로
사랑한다고 널 사랑한다고
나는 너를
또 어떤 날에는
누구라도 상관 없으니
나를 좀 안아줬으면
다 사라져 버릴 말이라도
사랑한다고 날 사랑한다고
서로 다른 마음은
어디로든 다시 흘러갈테니
날 사랑해서 떠난다며
눈물짓던 그대의 말을 믿을 수 없죠
하지만 나의 전부였던
그대가 힘들어 하기에 잡을 수 없었죠
온통 너와의 기억뿐인 나를 위해서 였다면
조금씩 무너져가는 날 날 위한다면
이대로 내 곁에 있어야 해요
나를 떠나면 안돼요
세상의 모든걸 잃어도 괜찮아요
그대만 있다면 그대만 있다면
함께 웃던 시간들을
함께했던 약속들을
지금 또 영원히 기억하겠어요
다시 한번 생각해요
무엇이 날 위한 건지 그대는 알고있어요
영원히 내 곁을 지켜주세요
나를 떠나지 말아요
세상의 모든걸 잃어도 난 좋아요
그대만 있다면 그대만 있다면
- 간 주 중 -
온통 그대의 생각뿐인 나를 위해서 였다면
초라하게 쓰러지는 날 날 위한다면
이대로 내 곁에 있어야 해요
나를 떠나면 안돼요
세상의 모든걸 잃어도 괜찮아요
그대만 있다면 그대만 있다면
영원히 내 곁을 지켜주세요
나를 떠나지 말아요
세상의 모든걸 잃어도 난 좋아요
그대만 있다면 그대만 있다면
아, 왜, 너무너무 상투적인데, 어?
겪어 보면 그 말이 딱이다 싶은
그런 거 있잖아요
날아갈 것 같아요
내가 이렇게 가벼웠던 적이 있었나 싶어요
남동생이 맨날 저한테 그러거든요
나를 모르는 인간이 복된 인간이다
아는 사람은 다 욕하니까, 응
내가 아는 사람이 되는 순간 그냥 내 입에서 씹히거든요
남들 다 괜찮다고 하는 사람도
뭐, 어떻게든 흠을 잡아서, 음
근데
아무한테도 욕이 안 나와요
아, 욕을 딱 놓으니까
이렇게 가벼울 수가 없어요
'아, 증오가 이렇게 무서운 거구나', 예
아, 맨날 땅에서 잡아끄는 것 같더니
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해방되고 싶은 게 한두 가지가 아닌데, 일단은
이 표정
무표정이 안 돼요
눈앞에 사람이 보이면
자동적으로 이런 표정이 돼요
하나도 행복하지 않은데
뭐, 행복하지 않다면 거짓말이고
이렇게 웃을 정도로
좋지도 않은데
사람만 보이면
자동적으로 이런 표정이 돼요
그래서
상갓집 가는 게 너무 힘들어요
상갓집 갈 때마다
억지로라도 무표정해 보려고 애쓰는데
힘들어요
환영합니다
우선 우리 해방클럽의 강령을 말씀드리자면...
네, 알아요
'조언하지 않는다'
'위로하지 않는다'
그건 부칙이고
말씀드리지
행복하자고 모인 모임이니까
저희 인생을 좀 정직하게 들여다보고자 하는 차원에서
세 가지 강령을 정했습니다
아, 네
1
'행복한 척하지 않겠다'
네
저한테 딱 맞는 말이네요
'행복한 척하지 않겠다'
2, '불행한 척하지 않겠다'
3, '정직하게 보겠다'
어, 근데요, 전 왜
음...
정직한 게
무서울까요?
자신한테만 정직하시면 돼요
속으로
아, 네
어유, 깜짝이야
전 오늘 바로 탈퇴할 뻔했어요, 무서워서
그분은 진짜 그냥 해피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다들 힘들게 연기하며 사나 봐
연기 아닌 인생이 어디 있냐?
그쪽도 연기하나?
무지 한다
넌 안 하냐?
하지
수더분한 척
또 어떻게 생각하면
다들 연기하며 사니까
이 정도로 지구가 단정하게 흘러가는 거지
내가 오늘 아무 연기도 안 한다고 하면
어떤 인간 잡아먹을걸?
난 이상하게 너무너무 사랑스러운 걸 보면
주물러 터트려서 먹어 버리고 싶어
한입게 꿀꺽
경기도 사는 여자 오래 만나는 법
절대 태워다 주지 마세요
데려다주고 집에 가려면 엄청 멀어요
두 번은 못 데려다주겠다 싶어요
근데 또 한번 태워다 줬는데 다시 안 태워다 주면
씁, 또 뭔가 잘못된 것 같고
막 서운하고 막 그래요
그러니까
처음부터 절대 태워다 주지 마세요
저도 어쩌다 누가 막 태워다 준다 그러면 '아니에요, 아니에요' 그러고 막 도망가요
어? 전철 끊겼는데도
'아니에요, 전철 안 끊겼어요' 그러고 뻥치고 막 도망가요
자
이제 아이 키우는 남자 만나는 법
팁 주시죠
괜찮아요, 알아야죠
음...
크리스마스
새해
이런 날 못 만나요
음
음, 좋아하는 사람하고 있어야 되는 그런 날엔
정작 혼자니까
기운 빠지실 거예요
음
느낌 오네요, 예
근데 뭐, 발렌타인데이며 무슨 무슨 날에 그렇게 크게 의미 부여하는 스타일 아니라서요, 예
그리고 또요?
어...
나머진
다 예상되는 거예요
바쁘고
돌발 변수 많고
약속하고 펑크 낼 때도 있을 거예요
1초도 고민하지 마시고 바로 전화해서
절대 미안해하지도 말고 바로 펑크 내세요
부담 없이
그 아줌마 좋아?
고모 친구
어디가 좋은데?
음...
아빠를
쉬게 해 줘
파이팅 넘치게
즐겁지 않아도 돼서
좋아
아, 아빠가
그렇게 즐거운 사람은
아니잖아
다행이네
되는 일이 없다
내가 작가나 해 볼까 하고 잠깐 작법책 본 적 있는데
좋은 드라마란
주인공이 뭔가를 이루려고 무지 애쓰는데
안 되는 거래
그거 보고 접었어
인생이랑 똑같은 걸 뭐하러 써?
재미없게
화 안 나냐?
나는...
'나는' 뭐?
말해
나는
화는 안 나
그만두고 떠난다는데 화 안 나?
돌아가고 싶다는 거잖아
가고 싶다는 건데
가지 말라고 할 수는 있어
더 있다 가라고 할 수도 있어
서운해
근데 화는 안 나
모르지, 나중에 화날지도
너도
웬만하면 서울 들어가 살아
응?
평범하게
사람들 틈에서
지금도 평범해
지겹게 평범해
평범은
같은 욕망을 가질 때
그럴 때 평범하다고 하는 거야
추앙, 해방 같은 거 말고
남들 다 갖는 욕망
너희 오빠 말처럼 끌어야 되는 유모차를 갖고 있는 여자들처럼
애는 업을 거야
당신을 업고 싶어
한 살짜리
당신을 업고 싶어
그러니까 이렇게 살지
나는 이렇게 살 거야
그냥 이렇게 살 거야
전화할 거야
짜증스럽게 받아도 할 거야
자주 안 해
'행복한 척하지 않겠다'
'불행한 척하지 않겠다'
'정직하게 보겠다'
나를 떠난 모든 남자들이 불행하길 바랐어
내가 하찮은 인간인 걸 확인한 인간들은
지구상에서 다 사라져 버려야 되는 것처럼
죽어 없어지길 바랐어
당신이 감기 한번 걸리지 않길 바랄 거야
숙취로 고생하는 날이 하루도 없길 바랄 거야
답답할 땐
'오늘 죽자'
'죽어도 된다'
그런 심정으로 밤길을 나가요
불빛 하나 없는 산을 걸어요
사내놈 하나 떠난 게 뭐 대수라고
행복한 게 무서워 도망친 새끼
무서울 게 없는 오늘 밤
난 무사가 된다
붙어, 개새끼야
배은망덕한 새끼
너한테 갖다 바친 소시지만 몇 개인 줄 알아?
아, 약이 좋아져서
다행히 머리는 많이 안 빠져
이 와중에 머리 빠지는 게 걱정이에요?
그러는 넌?
암 환자 앞에서 아버지한테 혼날 게 걱정이냐?
큰일 아니다
뭐, 초상났어요?
한 직장 8년 다녔으면 됐어요
쟤 거기서 마흔 넘기면 아무 데도 못 가요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움직여야지, 어?
요즘 어린 애들은 취업하고 1년도 안 돼서 요리조리 얼마나 잘 옮겨 다니는데
한 직장 오래 다니는 거 그거 미덕인 시대도 아니에요
적성을 어떻게 알아?
여기저기 다녀 봐야 알지
그래서
앞으로 뭐 할 건데?
당분간
아무것도 안 하려고요
당분간 얼마나?
아버지
구 씨한테 하던 거 반의반만 저한테 하시면 안 돼요?
구 씨는 안 보이면
어디 아픈가, 밥은 먹었나 그렇게 애지중지 마음 쓰면서 어떻게 저한테는...
제가 뭐, 그렇게 썩 잘나진 않았지만요
그래도 저 밖에서 욕먹고 다니진 않아요
일하다 보면 인간 아니다 싶은 애들 많은데 저 밖에 나가서
아버지 누구냔 소리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어요
며칠 전에 회사에서 나온 거라고 집에 갖고 들어왔던 거 그것도
저 그만둔다니까 점주들이 준 거예요
제 결혼식에 꼭 오겠다고 축의금 50만 원 예약한 사람도 있어요
근데 뭐, 그 사람들이 전부 인간적으로 다 괜찮았냐?
아니요, 저 정말 힘들었어요!
아버진 하루 종일 한마디도 안 하고 기계랑만 일해서 사람이랑 일하는 게 그게 어떤 건지 몰라요
근데 그래도 얼굴 붉히지 않고 험한 꼴 안 보고
선물받고 나왔잖아요 그럼 된 거잖아요!
제가 뭐 영원히 논다는 거 아니잖아요!
그냥 '그동안 수고했다'
'좀 쉬어라'
그래 주시면 안 돼요?
생각해 봤어
내가 네 나이고
아빠한테 여친이 생겼다고 하면
싫겠구나
그 여자가 어때야 마음에 들까?
친하게 지내려고 애쓰는 것도 싫을 거고
눈엣가시처럼 쳐다보는 것도 싫을 거고
속없이 혼자 잘 사는 여자면
그나마 봐주겠구나
그동안 속없이 혼자 잘 사는 여자처럼 보이려고 혼자 떠벌떠벌했는데
오늘 작정하고 내뱉은 내 설정 어린 말들이
하나도 안 먹혀서
좀 우울하다
나 운다?
넌 왜 맨날 오냐?
빚쟁이냐?
나 안 가
태훈 씨 보고 갈 거야
이 드라마에서 제일 슬펐던 장면
첫 장면에서 진짜 많이 울었다
드라마나 소설 같은 걸 볼 때 난 항상 가족이 죽는 장면을 볼 때 제일 심장이 아프고, 온 세상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고, 이런 일이 나에게 벌어질 날이 오는 게 두렵고, 이 세상이 원망스러워지고, 미칠 것 처럼 슬프다
죽음이라는 건 언제나 가장 공포스럽고 슬픈 것 같다
우리 엄마 아빠에게 죽음이 찾아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의 과학이 극도로 발전해서, 아니면 극도로 발전한 외계 생명체를 우연히 만나서 우리 부모님의 수명을 늘려줬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한다
죽음이라는 게 왜 있어야 할까
만약 죽음이 있어야 한다면 정말 이 드라마의 대사처럼, 모든 인간은 120살에 죽는다 이런 식으로 딱 정해져 있었으면 차라리 좋겠다
그러면 억울하다는 생각은 안 들 거니까
그리고 그 전 까지는 불안하지 않을테니까
자기가 죽고 싶을 때 죽을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최재천 교수님이 최근의 연구 결과들을 보면 우리 인간들의 수명이 갑자기 확 늘 수 있는 시대가 정말로 곧 올 수도 있을 거라고 하셨는데, 울 엄마 아빠가 건강할 때 빨리 왔으면 좋겠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감당하기 힘든 고통과 슬픔을 느끼지 않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났으니 가는 거 당연한 건데
다들 적당한 때에 가면은
얼마나 좋을까?
적당한 때가 언제인데?
80?
야, 80 돼 봐라
옛날에 울 할아버지
맨날 꼬부랑 노인네들 보면서
저렇게까지 오래 사는 건 아닌 거 같다고
자긴 80까지만 살 거라고
근데 80 되던 해에
'어? 할아버지 올해 돌아가셔야 되는데?' 그랬더니
'그건 아니다' 하시는데
그렇게 5년씩 연장해서 90까지 가시더니
뭐, 그때도 아직 아닌 거 같으시다고
씁, 시스템적으로
모든 인간이 다 같이 100세 찍고, 응?
다 같이 아웃하는 거면언...
그럼 난 99세 때 동맹군 만들어
'시스템을 파괴하라!'
나는 시스템 피해서 도망쳐
산으로!
없다
적당한 때가
진짜
진짜 놀랍지 않냐? 나의 이 동물적인 감각
내가 그러려고 그렇게 때려치우고 싶었던 거야
근데 또 생각해 보면
그렇게 막 미친 듯이 때려치우고 싶었던 것도 아니야
그냥 그만둘 때가 된 거 같아서 그만둔 건데
영혼이 안다는 게 이런 거다
나 백수 아니었으면
누가 울 아버지 케어하냐?
셋 다 출근하고 나면
구 씨 형도 없고 아버지 혼자서...
진짜 눈물 날 거 같다
근데 나 어릴 때도 이랬어
고2 때
담임이 앞으로 야자 땡땡이치는 놈들 가만 안 둔다 그랬는데
내가 원래 야자 땡땡이치던 놈도 아니야
근데 이상하게 그날은 집에 가고 싶더라고
집에 가서 뭐 특별히 할 게 있었던 것도 아니야
그냥 가고 싶었어
그래서 갔어
할머니 혼자 계셨는데
'다녀왔습니다' 그러는데
눈은 뜨고 계시는데 대답도 없으시고
느낌이 이상해
이제 손을 잡아 드려야 될 거 같아서 잡아 드렸는데
조금 있으니까
느낌이 싸한 게
가셨다 싶은 거야
갑자기 또 무섭데? 그래 갖고 손을 쓱 뺐는데
'이건 아니다'
그래 갖고 다시 손을 꼭 잡아 드렸는데
한 5분 지났나?
아버지 들어오시는데
할머니 혼자 두고 어디 갔었냐고 내가...
내가 진짜 태어나서
아버지를 그렇게 쥐 잡듯 잡아 본 게 처음이다
우리 아버지 끽소리도 못 하고 다 듣고 있는데
그때의
희열?
그때 나 땡땡이 안 쳤으면
울 할머니 혼자 돌아가셨다
이렇게 영혼이 먼저 알아
그래서 그냥 몸이 가
내가
염기정 언제 들어오나 기다리게 될 줄은 몰랐다
아버지랑 하루 종일 둘이 있다가
누나랑 미정이 들어오면
그래도 좀
덜 쓸쓸해
야, 우린 돈 떼먹는 못된 고모가 되려야 될 수가 없어
아빤 고모 사랑했어, 어?
그래서 케어했어
땅까지 팔아 가면서
근데 이 새낀 우릴 그 정도로 사랑 안 해
모르는 소리 하네
내가 있으면 다 퍼 줘
없어서 못 주는 거지
야
우리 결혼하고 서로 돈으로 엉기진 말자
진짜 엉기지 말자, 절대
아니다
엉겨라
아, 생각해 보니까 나도 줄 것 같네
쯧, 근데 이건 알아야 돼
우리끼린 애정이 있어 그런다 쳐
우리 자식들도 우리한테 애정이 있을까?
없어, 이게 문제야
아빤 고모를 사랑했고 우린 사랑 안 했어
이게 문제인 거야
얘기하잖아
세상사 다 애정법이라고
아버지 옆엔
아직 셋이 있습니다
아버지
애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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