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심규선 글, 노래 모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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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심규선 글, 노래 모음 🎵

가요/슬픈 거 듣고 싶을 때

by 알록달록 음악세상 2024. 5. 27.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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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선 - Periwinkle Blue

 

심규선 님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가수 중에 한 분이시다. 목소리가 방금 새로 깐 비누같다. 매끈하고 깨끗하다. 규선님의 목소리, 그리고 노래의 멜로디도 물론 좋아하지만, 내가 규선 님에게 푹 빠진 이유는 글 때문이었다. 이렇게 글을 쓰는 사람을 살면서 본 적이 없다. 이 분의 글을 읽고 있으면 정말 진심으로 좋아서 나도 모르게 소리를 뱉고 숨을 내쉰다. 그녀의 통찰력에 감탄하고, 다정함과 선함에 감동하며, 먹먹해진 가슴을 붙잡고 생명에 대해서 사유하게 된다. 규선 님의 글에는 인간에 대한 귀애와 관용이 묻어있다. 그래서 글을 읽으면 나를 애정어린 시선으로 살펴보게 하고, 나와 타인을 용서하고 싶게 한다. 숨을 쉬며 살아갈 힘을 얻게 된다. 글을 보면 언제나 필사하고 싶고, 이 사람처럼 되고 싶었다.

 

 

 

치욕도 명성도 내게는 모두 하나
내가 애달픈 건 오직 그대뿐이라오
꽃 핀 잔가지 사이에 붙들린 미풍을
선율 위에 베껴서 네게 보내주리
우리는 진흙 속에 피어나는 존재
나약하지만 비겁하지는 않으리
이울어가는 달에 입맞춤을 하고
밤을 지새 누구를 기다리는 듯이
내일에 대한 너의 예감들을 믿으렴
지금 그 자체로 이미 충분하니까
사나운 불안과 갇힌 마음에 살아도
봄이 오고 또 오고 반드시 오듯이
조금 우울, 하지만 죽고 싶지는 않다고
우리들의 봄은 늘 그렇게 여러 겹의 색
봄은 마치, 향기로운 폭력처럼 내게 와
그렇게 울고도 또 새로운 기대를 갖게 하니까

감미로운 가락을 내게 부추기네
우리를 속이고 약 올리는 사월의 들뜬 밤
조율할 수도 없이 헝클어진 생의 화음
이 순환 속에서
조금 부끄럽지만 숨고 싶지는 않다고
우리들의 봄은 늘 그렇게 미묘한 죄책감
봄은 마치 향기로운 폭력처럼 내게 와
그렇게 울고도 또 새로운 기대를 갖게 하니까
조금 우울, 하지만 죽고 싶지는 않다고
우리들의 봄은 늘 그렇게 여러 겹의 색깔
봄은 마치, 향기로운 폭력처럼 내게 와
그렇게 울고도 또 새로운 꿈을 꾸게 만드니까

 

 

 

 

Periwinkle Blue 페리윙클 블루

 

동화적인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이 경쾌한 이름은 어떤 색깔의 이름이에요. 언뜻 생소하지만 의외로 흔히 보아왔던 색깔이라는 사실에 호기심을 느꼈지요. 하루에도 수십 번씩 변하는 하늘빛에서, 보도블록 사이에 피어난 이름 모를 꽃잎에서, 들여다보아야만 발견할 수 있게 한 겹 숨겨져있는 봄의 신호들에서, 무심결에 언뜻 드러나곤 하는 사람들의 표정 속에서 말이에요.

 

사전은 이 색깔을 푸른빛에 자주색이 섞인 색이라고 설명하는데, 나는 쓰고 부르는 사람답게 이 색을 제멋대로 사람에 투영해 보았습니다. 우울을 상징하는 블루에 신비로움을 뜻하는 퍼플이 겹친 이 색깔이, 어쩌면 현재의 우리들의 모습과도 매우 닮아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돌이켜보면 우리들의 봄도 늘 그렇게 여러 겹의 색깔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새로워지고 소란스레 피어나는 와중에, 그 개화를 반기면서도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던 우울이 꽤 오래 우리 안에 있었을지도요.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진정으로 내일을 매도罵倒한 적이 있었는지요. 당신은 아무리 답답한 현재에 갇혀 있더라도 마음 깊은 곳에서는, 늘 내일에 대한 신비로운 예감들을 믿어왔습니다.

 

근래에 어떤 설문조사 결과를 보았어요. 많은 사람들이 [우울합니까?]라는 질문에는 [아니오], [죽고 싶습니까?]라는 질문에는 [네],라고 대답한다고 하더군요.

 

...

 

그것은 나 자신과, 나를 둘러싼 사람들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대답이었어요. 우리는 모두 다르지만 모두 똑같은 동시대의 우울과 싸우고 있습니다. 때문에 서로를 이해할 수도 있지요. 그런 면에서 나도 당신을 이해합니다. 내가 당신에게 이해받고 있듯이.

 

나는 우리가 우울할 때, 조금 우울하다고 드러내서 말할 수 있었으면 해요. 긴 여정인 우리의 삶에서 그런 때란 언제든지 오고 또 언제였나 싶게 사라집니다. 자신을 감추어야 할 정도로 누구에게도 걱정을 끼치고 싶어 하지 않는, 당신의 깊은 다정함이 당신 스스로에게도 향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내가 체감한 당신의 온기는 사월의 햇살만큼이나 온화했으니까요.

 

'죽어도 상관없다'거나 '죽으면 죽는 거지' 라는 말이 흔해졌어요. 당장 내 안에서도 그런 말이 들려올 때가 있거든요. 이것은 시대가 우리에게 심은 말이지 절대 우리 자신에게서 나온 말이 아닙니다. 그래서 나는 종종 의식적으로, 어떻게든 생의 만발하는 한때를 누리고야 말겠다는 다짐을 해요. '조금 우울하지만, 죽고 싶지는 않다'고. 네. 고작 그렇게 되뇌는 것만으로도 삶의 색채와 균형은 변화합니다. 영하의 기온으로 곤두박질치다가 다시 고온으로 치솟는, 초봄의 날씨가 아무리 변덕스럽다 한들 꽃이 못 피더이까. 삶은 언제나 우울보다 강합니다.

 

계절은 순환되지만 늘 같은 봄이 아니듯, 사람 또한 헝클어짐과 피어남을 반복하는 생의 화음 속에 있음을 기억해 주세요. 아무 쓸모도 없어 보이던 우리 안의 짙푸른 우울도, 내일에 대한 낙관을 끌어안을 때 많은 것들과 섞여들며 새로운 빛깔을 자아냅니다.

 

누군가 당신을 어떤 사람이라고 단정 지어 말할 수 없을 만큼, 미묘한 스스로의 색채를 이제 저 바깥에 드러내세요. 당신은 파랑도 아니고 보라도 아니며, 동시에 파랑이기도 하고 보라이기도 하다고 말하면서요. 우리 안에 있는 색깔이라면 모두 아낌없이 꺼내 펼쳐서 매일의 불안을 새롭게 덧칠합시다. 사람들은 그 색깔을 보고 생경해하면서도, 동시에 봄꽃 번지듯 서서히 물들어 갈 거예요. 그렇게 울고도 또 새로운 꿈을 꾸고, 새로운 기대로 내면의 우울까지 온통 물들여 버립시다. 거스를 수 없는 삶의 생명력으로. 긴 겨울이 아무리 막아보려 한들, 봄이 오고 또 오고 반드시 오듯이.

 

여러 겹의 사랑을 담아 당신께,

 

심규선

 

 

 

 

심규선- 우리는 언젠가 틀림없이 죽어요

 

최근에 좋아하게 된 노래

들으면 기분 좋아짐

곡 제목만 봤을 때는 어떤 내용일지 전혀 예상이 안 갔다

평범하지 않지만 그래서 더 좋았던 제목

가사를 보면서 들었는데 노래가 끝나고 이유 없이 굉장히 행복했다

어쩌면 우리가 살아감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마음아닐까?

오늘을 사는 거

지금 현재를 눈부시게, 춤추며 사는 거

 

 

 

우리는 언젠가 틀림없이 죽어요
애써 서두르지 않아도 말이에요
누구도 인생의 남은 날을 몰라요
눈이 부시도록 웃어요
아 오월의 청보리와 바람의 춤을
그대여 혹시 본 적이 있나요
수천 송이 해바라기의 들판 그 위로
구름 그림자가 지나는 모습은요
겨울 하늘에 일렁이는 오로라
모두 너를 기다리는데
우리는 언젠가 틀림없이 죽어요
그리 실감 나진 않아도 말이에요
누구도 인생의 남은 날을 몰라요
눈이 부실 만큼 누려요
살아있음을요
아 아무도 걷지 않은 눈의 융단을
그대여 처음 밟은 적 있나요
별빛 지는 백사장 위에 금빛 모래를
파도 거품이 씻어내는 모습은요
소나기 끝에 나란히 뜬 무지개
모두 너를 향해 웃는데
우리는 인생의 많은 것을 놓쳐요
영원히 살듯이 착각도 하고요
인생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아요
눈이 부시도록 살아요
너의 오늘을요

 

 

 

 

 

 어떤 사람이 쓴 글을 읽다보면 진심으로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것을 넘어서 그 사람을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추앙하게 돼요. 사람에겐 참 이상한 속성이 있는 것 같아요. 평생 마주치지 못할 것 같은, 본적도 없고 얘기해 본 적도 없는 사람을 응원하고 싶어져요. 이건 어디서 온 마음일까요. 이것도 제 이기심에서 나온 마음일까요. 그 사람이 쓴 글을 보면서 내가 배우고 성장하려는 마음일까요. 나와 비슷한 욕구를 가진 것 같아 보이는 사람이 영향력을 가지게 되면 나에게 이득이 돌아올 거라는 정치적 차원에서 그 사람을 지지하게 되는 걸까요. 내가 가지고 있는 유전자의 복사본을 다음 세대에 최대한 많이 운반하고 가기 위한 무의식에서 생겨난 마음일까요. 그 옛날 우리가 자연에서 생존해온 과정에서 타인을 다정하게 대하며 서로 도움을 주고 유대를 이뤘던 게 생존에 매우 유리했던 특징이었기 때문에 그런 개체가 살아남고 그 개체의 후손인 제가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걸까요?

 

 

 저에겐 다윈의 진화론이 제가 어디서 왔는지, 저는 무엇인지 처음으로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해줬던 유일한 과학이에요. 지구의 모든 종은 공통 조상으로부터 갈라져 나왔어요. 우리는 가장 단순한 것에서 시작해서 현재의 인간이 되었습니다. 최초의 유기물이 어떻게 생겨났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어요. 현재 가장 유력한 이론은 지금과는 많이 달랐던 원시 지구에서 바다에 있던 원소들이 에너지를 받아서 유기물, 유기화합물이 생성됐고 그것들이 뭉쳐서 자기복제를 할 줄 아는 최초의 분자, dna 또는 rna가 생겨났다는 설명이에요. 옛날 지구의 대기는 산소가 거의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존층이 없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자외선이 그대로 육지까지 올 수 있었고, 대기와 바다의 원소들이 이런 자외선과 번개, 열에너지 등에 반응해서 유기물로 바뀌었습니다. 실제로 밀러와 유리의 실험에서 시험관에 메탄, 암모니아, 수소 등을 넣어 초기 지구의 환경을 모방한 후 전기를 이용해 번개가 치는 것을 재현한 결과 유기 화합물이자 단백질의 핵심 구성 성분인 13종의 아미노산이 만들어지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렇게 생겨난 태초의 dna, 그리고 dna를 담은 유전자가 개체를 이용해 안정적으로 자기 복제 후 자신의 복사본을 후대에 남겼기 때문에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생물을 유전자의 생존 기계라고 표현했어요.

 우리보다 뇌가 더 크고 신체적으로도 더 강했던 다른 호모종들은 모두 멸종하고 우리 호모 사피엔스가 어떻게 지구에서 가장 성공한 종이 되었는지는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우리는 복잡하게 진화한 뇌와 유대를 통해서 지금까지 생존했어요. 우리는 언어를 개발했고, 그 언어를 기록해서 후대에 전달할 수 있는 나무판이나 금속 활자를 발명했어요. 기록을 통해서 우리는 우리의 문화를 후대에 전달할 수 있게 됐어요. 그래서 마치 '유전자'의 메커니즘처럼 계속해서 복제되고 후대에 전달되어서 영원하게 살아남는 독자적인 '문화'를 가진 종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제게 처음 진화를 알려준 책 '이기적 유전자'에서 도킨스는 인간을 유전자의 기계라고 표현하면서도 동시에 인간은 문화를 통해서 유전자에 대항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지게 되었고 오직 인간만이 유전자의 통제를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종이라고 믿고 있다고 했어요.

 

 

 저는 과학을 사랑해요. 과학은 우리를 질병으로부터 구해줬고 앞으로 기술이 발전할 수록 더더욱 그렇겠죠. 과학은 우리가 헛소리를 믿어서 시간과 돈을 낭비하거나, 건강을 해치거나, 남을 해하고 전쟁을 일으키는 걸 막아줬어요. 과학은 우리의 신체, 우리의 뇌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알게 해줬어요. 궁극적으로 우주와 우주에 있는 것들이 무엇이고 어떻게 생겨났는지 밝혀낼 수 있는 건 오로지 과학뿐이라고 믿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진화생물학이나 내분비학, 신경과학 등이 우리의 심리나 행동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응원하는 건 어떤 마음일까요. 적어도 그 사람과 연애를 하고 싶다거나 몸을 섞고 싶다는 감정만 있는 건 아닐거예요. 우리가 가족이나 친구를 좋아하는 것 처럼요. 그럼 "뇌에서 어떤 어떤 호르몬이 분비되고 이 호르몬이 어떤 물질을 만들어서 이것이 어디로 이동하고 신체에는 어떤 어떤 변화를 일으킨다"와 같은 말로 설명이 되는 감정일까요. 나중에 기술이 발전한다면 정말 호르몬을 이용해서 인간의 감정까지 조종할 수 있을까요. 누군가를 사랑하는 감정, 그리워하는 감정, 애정하는 감정까지도 만들어내고 조종할 수 있을까요. 제가 심규선님을 응원하는 감정도 지우거나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미래에 과학 기술이 얼마나 발전할 지 저는 알 수 없고, 과학이 우리가 어떤 일까지 가능하게 만들어 줄지 기대되고 흥분되지만, 과학이 우리 개개인의 서로 다른 뇌, 무한히 다양한 감정들을 컨트롤 할 수 있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우리가 다른 사람을 순수하게 응원할 수 있다고 믿어요. 우리에겐 다른 사람의 슬픔을 보고 내가 겪은 것처럼 똑같이 슬퍼하고, 다른 사람의 기쁨을 보고 내 일처럼 똑같이 기뻐할 수 있는, 과학이 설명할 수 없는 상상력이 있다고 믿어요. 유전자를 운반하고 호르몬에 지배받는 기계로서가 아닌, 인간으로서 독자적으로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지성이 있다고 믿어요. 나라는 존재는 뭔지, 우리가 왜 사는지,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지, 우리가 무엇을 추구해야하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행복은 무엇인지 스스로 판단하고, 그 판단대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고 믿어요. 어쩌면 과학으로는 평생 설명할 수 없는 우리의 복잡함을 자랑스럽고 소중히 생각하며, 저는 그렇게 소신있게 살아가고 싶어요. 인간을 인간으로서 순수하게 응원하면서.

 

 

 

 

 

 

 

심규선 - 안

 

이것도 최근에 알게 돼서 빠진 곡

피아노 반주랑 심규선님 목소리 듣다가 숨이 멈춰지는 순간이 있었다

애니메이션 ost나 웹툰 ost로 쓰여도 잘 어울릴 것 같다

 

 

 

 

좀 바보 같지만 너는 신을 믿어
아주 작은 일조차 우연일 리 없음을
아무도 없지만 넌 가끔 기도해
마치 누군가 네 말을 듣고 있는 것처럼
햇살이 내릴 때 새벽 비 내릴 때
넌 누군가에 감사해 아직 느낄 수 있음에
네 숨이 막힐 때 어둠에 갇힐 때
넌 누군가에 감사해 아직 아플 수 있음에
너의 앞에 내가 설게
너는 너무나도 작고 약하지만
아름다운 안을 가진 걸
나는 만신창이처럼 비틀대며
너의 앞에 다다랐네
아름다운 안 너의 안
두드리며
좀 모순되지만 난 너를 알고서
믿지 않았던 것들을 믿고 싶게 됐다고
별빛이 가릴 때 눈앞이 번질 때
난 누군가에 감사해 아직 버틸 수 있음에
내 무릎 꺾일 때 안개가 걷힐 때
난 누군가에 감사해 아직 더 갈 길 있음에
너의 앞에 내가 설게
너는 너무나도 작고 약하지만
아름다운 안을 가진 걸
나는 만신창이처럼 비틀대며
너의 앞에 다다랐네
아름다운 안 너의 안
두드리며
머물 곳을 찾았네
내 사납게 설켜있던 꼭 불에 탄 자국처럼
거친 내게 네 한 쪽을 내어준
너의 안에 그 마음 안에
우린 만신창이처럼 비틀대도
서로 앞에 찾아왔네
아름다운 안 너의 안
화살처럼 서로를 향해 쏘아진 채
겨우 여기 다다랐네
아름다운 안 너의 안
열어주렴

 

 

 

심규선 - Naked

 

우리가 평생 타인에게 가장 기대하는 게 어쩌면 이런 마음이 아닐까

 

 

 

빗장과 자물쇠로 걸어 잠궈둔
검어진 어둔 구석에
그 깊은 안쪽에
오래 침묵해온 채로
자기 자신을 가둬두고 숨은 사람
그게 바로 나야
자장가도 빗소리도 부드러운 숨소리도
아늑한 촛불도 더운 체온도 없이
차라리 혼자 눈을 감고
웅크린 채 잠드는 게 더 편해진 사람
그게 바로 나야
울어도 되니 오늘
너의 앞에서
줄곧 숨기고만 싶어 했던
나약한 내 모습까지도
받아주겠니
너의 앞에 벌거벗은 맨 맘을
혼자 있겠다고 말하면서
고개를 떨구고
돌아서 후회할 나쁜 말을
네 앞에서 쏟고
어딘가 말 문이 막힌 듯이
할 말도 못하는
이런 엉망인 내 모습
눈 감아 주는 너
울어도 되니
오늘 너의 앞에서
줄곧 숨기고만 싶어 했던
나약한 내 모습까지도
받아주겠니
너의 앞에 벌거벗은 맨 맘
그래 난 너무 오래 혼자였었나 봐
울어도, 울어도 되니 오늘
너의 앞에서 (너의 앞에서)
줄곧 숨기고만 (숨겨왔었던)
나약한 내 모습까지도
받아주겠니 (받아줄래)
너의 앞에 벌거벗은 맨 맘을
Naked for you
I am naked for you

 

 

 

 

 

심규선 - 소로

 

어떻게 이렇게 숨을 뱉고 이렇게 글을 쓰실까

 

 

 

남들처럼 빠르게 달리진 못 해도

터벅터벅 걸어온 날들이 쌓였소

세월이 참 빠르다 빠르다 하더니

이토록 순간일 줄은 진정 몰랐소

그대여 두려워마시오

길 위에서는 누구나 혼자요

어디로 가든 그 얼마나 느리게 걷든

눈앞의 소로를 따라 묵묵히 그저 가시게

지름길과 복잡한 대로를 피해서

누군가가 밟아서 난 굽고 좁은 길

나도 뒤에 올 외로운 그 누구 위해서

한 발 한 발 더 보태어 다지듯 걸었소

그대여 두려워마시오

길 위에서는 누구나 혼자요

어디로 가든 그 얼마나 느리게 걷든

눈앞의 소로를 따라 겸허히 그렇게

세상의 명예는 독주라오

마시면 마실수록 취하고

휘청댈 뿐 고요히 숨어 솟는 샘물 찾아

조금은 목마른 듯이 그렇게 가시게

그대여 외로워마시오

모든 길들은 결국 다 이어져 있소

막다른 길 끊어진 길도 밟아가다 보면

먼 훗날 뒤돌아 볼 때 그대의 소로가 될 테니

 

 

 

 

 

 

 

심규선 - 지는 싸움

 

심규선님 노래는 가사를 읽기 위해서라도 다 들어봐야 한다

 

 

 

이런 여름밤에 누군가를
자꾸 생각하는 건
느슨해진 마음 때문만은 아니죠
지금 어디냐고 뭐하고 있냐고
자꾸 묻고 싶은데
이런 내가 나조차도 겁이 나는 걸
믿을 수밖에 없던 말들 너무 많이 어겨진 약속
난 맹세컨대 두 번은 사랑을 못 할 줄 알았어요
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아 자꾸만 마주치는
눈을 다른 말로 설명할 핑계를 더는 못 찾겠어요
그래 그대와 나 사이에
설명할 수 없는 그 느낌이 있어요
난 오히려 더 아닌 척해도
무시할 수 없는 그 느낌이 있어요
바로 이게 사랑이라면-
너 소리쳐 더 불러줄래요
내 이름을
분명 나만큼의 두려운 맘을
너도 갖고 있겠죠
우린 서로 뒷모습만을 바라보니까요
어딘가 좀 어색한 표정
내 말투도 바보같아
자꾸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서
음, 나도 참 미치겠어요
그래 그대와 나 사이에
설명할 수 없는 그 느낌이 있어요
난 오히려 더 아닌 척해도
무시할 수 없는 그 느낌이 있어요
바로 이게 사랑이라면-
모르는 척해도 사라지지 않으면
나 소리쳐 더 불러볼래요
용기 없이 그냥 멀어지긴 싫어요
별자리가 수놓인 밤의 물결
우리 둘을 뒤덮고
기다림을 이기지 못하는 사람이
늘 지는 싸움의 끝에
그대와 나 사이에
설명할 수 없는 그 느낌이 있어요
난 오히려 더 아닌 척 해도
무시할 수 없는 그 느낌이 있어요
바로 이게 사랑이라면-
모르는 척해도 사라지지 않으면
나 소리쳐 더 불러볼래요
용기 없이 그냥 멀어지긴 싫어요
바로 이게 사랑이라면
바로 이게 사랑이라면

 

 

 

 

심규선 - 소년에게

 

너는 우는 법을 알기도 전에
참는 법부터 배운 가여운 아이
너의 고인 눈에 출렁거리는 눈물
너무 오래 간직되어온 그것
고장 나버린 장난감
넘어져 버린 자전거
달아나버린 시곗바늘
계절의 늪
나의 작은 소년에게
드러내 너의 상처를
바람에 닿고 흉이 남아도
내 어린 소년에게
드러난 너의 흉터를
다독일 기회 주지 않겠니
너는 걷는 법을 알기도 전에
숨이 차도록 달려야 했던 아이
너의 메인 목에 출렁거리는 눈물
너무 오래 억눌러온 그것
못 이길 술에 취하고
마음을 참고 가둬도
제방을 넘어 범람하던
시절의 읍
나의 작은 소년에게
드러내 너의 상처를
바람에 닿고 흉이 남아도
내 어린 소년에게
드러난 너의 흉터를
다독일 기회 주지 않겠니
내 작은 소년에게 그대
지는 태양을 등지고
먼지 속에서 걸어가
널 할퀴었던 인생에게 그래
자랑해 너의 상처를
드러내 너의 걸어온 날을
소년에게

 

 

 

심규선 - 아플래

 

심규선님 목소리랑 악기 소리 듣다보면 평상시에 가요를 들을 때랑은 조금 다른 기분이 드는 것 같다

실제 재즈 공연이나 예술 공연 보는 느낌이 든다

 

 

 

오늘은 너를 사랑하고 아플래
그냥 이 노래를 다 부르고 슬플래
눈을 감아도 네 얼굴이 보이는 걸 어쩌겠니
그냥 오늘은 오늘만은 사랑하고 아플래

모든 새들이 일제히 날갯짓하면
이런 기분일까
슬픔조차도 달콤하게
느껴지게 만드는 그대는

수 없이 난 네게 굴복해
네가 날 보지 않을 때도
아름답지만 무자비 하네
혼자 하는 짝사랑은

오늘은 너를 사랑하고 아플래
그냥 이 노래를 다 부르고 슬플래
눈을 감아도 네 얼굴이
보이는 걸 어쩌겠니
그냥 오늘은 오늘만은 사랑하고 아플래

자른 앞머리 알아채주길 기대해
결국 몰랐지만
너에 대한 건 아무리 조그만,
조그만 것도 다 알고 있는데

수 없이 설레임을 주네
어깨가 또 맞닿을 때면
볼 안쪽을 짓 깨무는
나의 혼자 하는 짝사랑은

오늘은 너를 사랑하고 아플래
그냥 이 노래를 다 부르고 슬플래
귀를 막아도 네 목소리
들리는 걸 어쩌겠니
그냥 오늘은 오늘만은 사랑하고 아플래

아파도 돼 난 입버릇처럼
또 멍하니 네 이름 불러
이름 불러
바보야 오늘은 너,
너를 사랑하고 아플래
나 그냥 이 노래를 다 부르고 슬플래
눈을 감아도 귀를 막아도
이젠 너무 늦었잖니
그냥 오늘은, 오늘만은
사랑 하고
아플래

 

 

심규선 - 강(+가사)

 

내가 심규선님을 처음 좋아하게 된 곡이고 카톡 프로필 뮤직도 했었던 곡

가사에 말 그대로 꽂혔던 노래

내가 살면서 봤던 노래 가사 중에서 제일 슬펐고, 제일 좋아서 따라 쓰기도 했다

아니, 노래 가사 중에서가 아니라 내가 살면서 봤던 시를 포함해서 이렇게 가슴을 찌르는 글이 있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정말로 슬픈 사람이 노래하는 것 같다

가수가 노래를 부르기 위해서가 아닌, 정말로 슬픈 사람이 자기 마음을 표현하는 것 같았다

처음 이 곡을 들었을 때 단순히 슬픈 수준을 넘어서 심장이 쪼그라드는 것 같이 아프고 고통스러웠다

심규선님 노래를 슬플 때 들으면 정말로 눈물이 난다

 

 

 

내 평생 그토록

아름다운 환상을

다시 볼 수 있을까 조금은 체념하오

이별이 이토록

덜컥 우리게 와서

하나였던 둘이를 갈라놓을 수 있을진 몰랐소

 

붙잡을 새 없이

떠나 보낸 사람을

아직 내게 이토록 강하게 묶어주는

단 하나의 끈이

오직 슬픔이라면

나는 차마 이조차 놓치지 못하겠소

 

그 어떤 시나 노래로 설명할 길 없소

찢겨져 나간 자리를 메꿀 수가 없소

어느새 그대는 나의 다른 이름이며

뒤집어 쓴 이 허울로 또 하루를 사오

나의 슬픔의 주인

내 눈물의 주인

이 모든 아픈 노래는 그대를 향하네

 

나 가진 것 없고

마음도 가난할 때

네게 오직 상처와 모진 말만 안겼소

흔해 빠질 만큼

많고 많은 좋은 것

이젠 주고 싶어도 전할 방법이 없소

 

그 어떤 시나 노래로 설명할 길 없소

무너져버린 자리를 되쓸 수가 없소

아직도 후회는 나의 밤을 물들이며

짓이겨 끈 담뱃불로 또 하루를 사오

 

누가 내게 일러 주었나

떠나거든 돌아보지 말라고

다시 못 올 강을 건넜나

울음 섞인 내 노래만 강을 건너가네

 

그 어떤 시나 노래로 설명할 길 없소

찢겨져 나간 자리를 메꿀 수가 없소

어느새 그대는 나의 다른 이름이며

뒤집어 쓴 이 허울로 또 하루를 사오

나의 슬픔의 주인

내 눈물의 주인

이 모든 아픈 노래는 그대를 향하네

 

 

 

 

 

심규선 - 피어나

 

규선님 노래는 다 듣기 좋다
멜로디가 내 취향이 아닌 곡까지도

규선님의 영혼이 깃들어 있는 노래는 안 좋을 수 없다
이 사람이 쓰는 글을 볼 수 있고, 이 사람이 부르는 노래를 들을 수 있다는 것도 어떻게 보면 굉장히 큰 행운이다
심규선님 목소리는 사람의 긴장 수치를 0으로 만드는 것 같다

가사가 다른 노래들에서는 보기 힘든 문장, 문학적 표현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노래를 들으면서 시, 소설까지 읽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노래를 들으면 여러 사람들과 과거, 추억들이 떠오른다

이거 뮤비도 이쁘다

 

 

 

한 조각 햇빛도 들지 않는
그런 캄캄한 궁지에
바람을 타고서 날아왔나
작고 외로운 꽃씨
어둡고 후미진 골목에서
넌 뿌리를 내렸지
눈길조차도 머물지 않는 그런
꼭 버려진 아이 같이
구둣발에 채이고
머리 위 태양은 타는 듯 뜨겁네
아침이 더디 오길 긴 밤 지새우며
달빛에 위로해
여린 줄기 사이로 잎맥을 따라서
밀어 올리는 건
외로움도 아니요 원망도 아니요
살아 있다는 증거
이 세상이 더 이상
낙원이 아니라도 꽃은 피어나
매일 아프고 두려운 일들에
짓밟혀도 꽃은 피어나
멍든 가슴에 오래 맺힌 꽃 터지듯
병든 이 세상에 너의 향기로
너의 몸짓으로 디디고 일어나
피어나
메마른 바람이 허공에로
자장가를 부르면
의미조차도 알지 못해도 슬퍼
꼭 엄마의 노래 같이
헛된 꿈은 쌓이고 거리 위
세상은 차갑게 식었네
안개비라도 오길 긴 밤 지새우며
별빛에 기도해
어린 가지 사이로 잎새 끝끝마다
뻗어 올리는 건
그리움도 아니요 핑계도 아니요
살아 있다는 증거
이 세상이 더 이상 낙원이
아니라도 꽃은 피어나
매일 아프고 두려운 일들에
짓밟혀도 꽃은 피어나
멍든 가슴에 오래 맺힌 꽃 터지듯
병든 이 세상에
너의 향기로 너의 몸짓으로
디디고 일어나
사람들은 그 꽃의 이름을 몰라
영원히 그럴지 몰라
누가 봐주지 않아도
너의 꽃 피워올려
이 세상이 더 이상
낙원이 아니라도
이 세상이 더 이상
낙원이 아니라도
꽃은 피어나
어떤 불행에 가난에
아무리 짓밟혀도 꽃은 피어나
너의 가슴에 오래 맺힌 꽃 터트려
멍든 이 세상에
너의 향기가 멀리 퍼지도록
고개를 들어
자 피어나

 

 

심규선 - 바다새의 노래

 

이 곡은 악기 소리가 듣기 좋다

동양적인 느낌이 난다

마지막 날아가오 멀리 에서 영혼이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심규선님 노래는 숨소리가 잘 들려서 그런지 울면서 부르시는 것 같아서 나도 울 것 같다
깊은 동굴에서 울고있는 천사의 목소리 같다
숲속에서 이런 목소리로 노래하는 걸 들으면 나도 모르게 동굴안으로 따라갈 것 같다

 

 

 

두 눈 감아주오
진주 같은 눈물 한 방울 떨구기 전에
고개를 뒤로 젖히고
파도 소릴 들어 보오
깊고 푸른 바다
끝없이 너의 발 치를 적시는 파도
기지개 켜던 두 팔은
흰 날개가 되었다오
솟구치고 추락하며
파도 위를 날으는 새여
끝이 없는 이 해변에
모래 한 줌 쥐었대도
놓아주오 다 보내주오
너는 하늘을 날으는 새요
성긴 외로움도 눈물도
바람결에 던져주고
절벽 위의 둥지 그 속에
작은 몸을 숨기고
만조를 기다려 눈물을 버린다
연풍이 불어와 젖은 깃
모두 꺼내 말리고
아아 온몸으로
다시 한번 또 가리라고
날 우짖는 바다새
솟구치고 추락하며
파도 위를 날으는 새여
끝이 없는 이 해변에
모래 한 줌 쥐었대도
놓아주오 다 보내주오
너는 하늘을 날으는 새요
성긴 외로움도 눈물도
바람결에 던져주고
날아가오
멀리

 

 

 

 

 

[가사비디오] 심규선 - 석양산책 (feat.심규선 손글씨)

 

듣다가 좋아서 눈 감고 들었다

 

 

 

온 세상이 금빛에 물들어가고

우리 둘이 말없이 걷고 있을 때

나 이해할 수 없는 감격들로

불현듯 슬픔이 저물었음을 아네

 

문이 열리자 사람들은 모두 떠났고

내 곁에는 오직 그대만 남았소

나 이해할 수 없는 방법들로

나를 수도 없이 다시 일으키며

 

사랑스러운 나의 그대를 위해서

내가 무슨 일이라도 할 것을 알고 있나요

아무 말도 없을 때 더 많은 말을

나눌 수도 있음을 알게 해 주었소

 

공중그네 같았던 나의 인생은

매달린 채 붙잡을 손이 없었소

누군가 날 허공에 던졌을 때

그대 날 붙잡고 내 삶을 안았네

 

사랑스러운 나의 그대를 위해서

내가 무슨 일이라도 할 것을 알고 있나요

아무 말도 없을 때 더 많은 말을

나눌 수도 있음을 알게 하였소

 

꾸민 데 없이 말간 그대의 얼굴에

문득 옅게 피어오르는 미소가 있소

그 순간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난 뭐든지 무엇이든 그 무슨 일이라도 다 하겠소

 

 

 

 

 

 

 

심규선 - 달과 6펜스

 

서머싯 몸의 소설 [달과 6펜스]에서 더크 스트로브의 부인 블란치 스트로브의 입장에서 썼다는 가사

(더크 스트로브는 소설에서 멍청할 정도로 착하고 아내 한 여자만을 사랑했던 캐릭터, 자신을 버리고 다른 남자에게 떠난 아내를 끝까지 사랑했던 사람이고 스트릭랜드의 그림에 대한 재능을 깊이 인정해서 스트릭랜드를 위해서도 자신을 희생했던 캐릭터다. 가엾고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캐릭터)
스트로브가 어떤 캐릭터인지 엄청 길게 썼다가 소설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다 지웠다
블란치 스트로브는 소설의 주인공인 스트릭랜드의 거만하고 양심없고 예의없는 모습을 보고 처음에는 진저리 칠만큼 싫어하다가 결국 남편을 버리고 스트릭랜드를 사랑하게 되는 여자다
하지만 결국 잔인할 정도로 이기적인 스트릭랜드의 사랑을 얻지 못 해서 자살을 하는 캐릭터
내용을 조금이나마 알고 가사를 보면 몰입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썼다

이 노래는 처음에 들었을 땐 그냥 듣고 넘겼던 거 같은데 친구랑 노래방에서 불러보니까 곡이 너무 좋았다
듣기만 하는 거랑 불러보는 거랑 또 다른 느낌이다

 

 

 

달빛에 비친 유리창도
이렇게 반짝이지는 않지
너의 눈물 맺힌 눈
검은 하늘에 아플 만큼
간절한 빛을 내던 별빛도
함께 맞던 아침도
너를 안고 있어도 넌 여기 없고
그을음과 타고난 재만 있잖아
아무래도 좋을 결말 따위
내게 상처 주게 허락 할 테니
다시 걸어보게 해줘 사랑에
난 이미 손 쓸 수 없게 돼버렸지만
멋대로 그대를 원하고 있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냐
난 이미 사랑에 빠져 버렸지만
아무리 가시 돋친 말도
그렇게 날카롭지는 않지
너의 침묵 텅 빈 눈
메마른 나무 가지 같은
너를 끌어안고 서서
쏟아내고 있는 눈물도
뿌리치듯 날 밀어내
네게 다가갈 수 없는데
나는 출렁이며 차올라
네게 넘쳐버리게
아아 무책임한 그대는
매일 얼굴을 바꾸네
내게서 도망치지 말아줘
나의 세계는 너로 세워지고 무너진다
모른 척 하고 있잖아
아무래도 좋을 결말 따위
내게 상처 주게 허락 할 테니
다시 걸어보게 해줘 사랑에
난 이미 손 쓸 수 없게 돼버렸지만
멋대로 그대를 원하고 있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냐
난 이미 사랑에 빠져 버렸지만
나는 자꾸만 더 야위고 깊어만 지네
날카로운 달빛에
달빛에 비친 유리창도

 

 

 

 

 

심규선 - 배워

 

소설이나 영화를 볼 때 결말에 가까워질 때 느껴지는, 울음이 터질 것만 같은 감정이 들게 하는 노래 

 

 

 

미워진 내 얼굴 어느 순간부터
보기 싫어
난 점점 거울을 피하게 됐지
쫓기듯 살아도 기억 속 한 곳에
널 찾아내는
난 점점 자신을 미워하게 돼
너에게 배웠지 다
사랑에 대한 건
난 아이처럼 아무 것도 모르고
네게 다 주었네 내 전부를
넌 내가 얼마만큼 강하고
또 얼마만큼 견뎌낼 수 있는지
알게 하는 거니
네가 떠나고 나는 매일 배워
그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아도
점점 무뎌지는 법 더 굳어가는 날
내 전부로
넌 나를 강해지게 만들려 했어
언젠가 떠날 것을 예고하듯
널 너무 닮아버린 걸 알게 됐어
날 버린 널 이제 나는 거울 속에서 봐
네가 가르쳐줬지 다 이별에 대한 건
난 아이처럼 아무 의심도 없이
네게 다 걸었네 내 전부를
전부를
넌 내가 얼마만큼 강하고
또 얼마만큼 견뎌낼 수 있는지
알게 하는 거니
네가 떠나고 나는 매일 배워 그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아도
점점 무뎌지는
아무 뜻도 없는 그런 사랑 노래
의미 없는 이별 노래 속에서도
너를 떠올리고 마는 내가
정말 미칠 것 같은 미쳐버릴 것 같은 건
너를 이제와 내가 이해하게 된다는 거야
넌 내가 얼마만큼 약하고
또 얼마만큼 무너질 수 있는지
알게 하는 거니
넌 내가 얼마만큼 강하고
또 얼마만큼 견뎌낼 수 있는지
알게 하는 거니
네가 떠나고 나는 매일 배워
그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아도
기다리는 이유를 널 기다리는 날
내 전부로
전부로

 

 

 

심규선 - 수피

 

규선 님은 발성이 좋아서일까 가사도 잘 들린다.

 

 

 

 

우거진 나무 밑에서 잠시 짐을 풀었네

나뭇잎의 화음에 맘을 빼앗겨

떠들썩한 세상의 여행에 지친 우리

시달리던 모든 걸 여기 내려놓으리

푸른 바람이 불어 잠든 별을 깨우면

감당할 수 없는 하루도 끝나리

주저앉아 울음을 터트리고 싶었던

순간들도 이윽고 바래져가네

날 떠나지 마오 내 곁에 있어줘

서로의 감은 두 팔이 하나가 되듯이

세상에 꺾이고 부러진 내 안에

사랑이란 푸른 잎이 돋아나게 하는 나의 숲이여

여기 부드러운 흙에 뿌리를 내려

너의 얼굴을 닮은 잎사귀가 춤춰

나의 웅크렸던 등에 생기가 움터

날 떠나지 마오 내 곁에 있어줘

날 떠나지 마오 내 곁에 있어줘

서로의 감은 두 팔이 하나가 되듯이

세상에 꺾이고 부러진 내 안에

사랑이란 푸른 잎이 돋아나게 하는 나의,

숲이여

 

 

 

 

 

 

심규선 - 데미안

 

이것도 노래 제목이 원래 소설 책 이름

 

 

새들이 날아오를 때
그리운 곳에서부터
바람이 불어오고
문득 고개를 들어
저 하늘을 바라보겠죠
쉼 없이 늘 앞만 보고 달려
다다른 곳 그곳이 어디든
아무것도 없다는 걸
이젠 알게 됐으니
두 번 다시는 흔들리지 말고 가
묶인 것에서
너 자신을 자유롭게 하는 것
멀리 있지 않아요
끝없이 바람과 후회가 밀려와도
추락하면서 날아오르는 새처럼
Go Forward
끝없는 길 잃어버린 기억
소중한 건 놓치고 나서야
되돌릴 수 없다는 걸
이젠 알게 됐으니
두 번 다시는 돌아보지 말고 가
묶인 것에서
갇힌 것에서
너 자신을 자유롭게 하는 것
멀리 있지 않아요
끝없이 바람과 후회가 밀려와도
추락하면서 날아오르는 새처럼
Go Forward
우리가 만든 가면은
우리의 얼굴이 돼요
슬퍼하기에 삶은 덧없이 짧고
후회하기엔 일러요
추락하면서 날아오르는
법을 배우는 새처럼
Go Forward Go
Go Go Forward
후회로 가득했던
지난 밤은 잊어버리고
달리는 아이처럼
벅차오르는 심장을 다시 한 번
다시 한 번만

 

 

 

 

 

 

 

심규선 - 선인장

 

 

햇볕이 잘 드는

그 어느 곳이든

잘 놓아 두고서

한달에 한번만

잊지 말아줘

물은 모자란 듯 하게만 주고

 

차가운 모습에

무심해 보이고

가시가 돋아서

어둡게 보여도

걱정 하지마

이내 예쁜 꽃을 피울테니까

 

언젠가

마음이 다치는 날 있다거나

이유 없는 눈물이 흐를때면

나를 기억해

그대에게 작은 위로가 되어줄게

 

내 머리 위로 눈물을 떨궈

속상했던 마음들 까지도

웃는 모습이 비출때까지

소리 없이 머금고 있을게

 

그때가

우리 함께 했었던 날 그때가

다시는 올 수 없는 날이 되면

간직 했었던

그대의 눈물 안고 봄에 서 있을게


언젠가

마음이 다치는 날 있다거나

이유 없는 눈물이 흐를때면

나를 기억해

그대에게 작은 위로가 되어줄게

 

내 머리 위로 눈물을 떨궈

속상했던 마음들 까지도

웃는 모습이 비출때까지

소리 없이 머금고 있을게

 

그때가

우리 함께 했었던 날 그때가

다시는 올 수 없는 날이 되면

간직 했었던

그대의 눈물 안고 봄에 서 있을게

봄에 서 있을게

 

 

 

 

센티멘탈 시너리 - Heavenly Sky (Feat. 심규선)

 

I saw the light at the end of life
난 삶의 끝에서 빛을 봤어
I knew that last time will come
끝낼 시간이 얼마 안 남은 걸 알고 있어
Now, I close my eyes and stop in long my life
지금 난 눈을 감고 긴 삶을 끝내

The strange light, I`m not afraid
어지러운 빛, 난 슬프지 않아
I already knew i must leave here
난 여길 떠나야 했다는 걸 알았으니까
Another endless time
또다른 끝없는 시간
For promised better new world
더 좋은 세상을 위해서 같아
Lies and trouble and wars is
거짓말, 문제와 싸움들은
Fade far away
멀리 희미해져가
Silent nights
고요한 밤들은
Lead me with your light
나를 빛으로 이끌어가
I`ll leave for the heavenly sky
나는 곧 천국의 하늘로 떠나네

No clouds in the sky and flowers fall
구름 없는 하늘과 떨어지는 꽃
Somewhere in this night
이 밤의 어딘가에서
White birds singing heavenly sky
흰 새들이 천국을 노래해
I realize that I arrived in heaven
난 천국에 도착한 거야
It`s a new world
여긴 새로운 세상이야

Sunshine and starlight make me fly
햇빛과 별빛은 날 날게 해
Sometimes when I need it
가끔 필요할 때
Spirit is on my side
내 맘대로
Always
영원히
I believe that I arrived in heavenly sky
난 천국에 도착한 것 같아

 

 

 

심규선 - INNER

 

그대의 안에 다 있어요 할 때 너무 좋다

 

 

애를 쓰는 것도 참는 것도
아무 의미 없다고
잠에서 깨면 나는 도망치고 싶었지
늦은 오후까지
아무 것도 먹지 않고 앉아서
나의 허공을 노려보는 것도 지칠 때쯤
구원자를 보내줘요
난 누구라도 좋으니 단 한 번만
내 이름을 불러줘요
난 괴롭기 위해 태어나지 않았어요
믿었던 꿈들이 사랑했던 사람들이
그대를 등지고 깊은 생채기만 남겼대도
잊지는 말아줘
네게 정말로 필요한 그 모든 것들은
그대의 안에 다 있어요
다른 누군가의 그림자에 숨어있는 자신이
나조차 이제 익숙해져 가고 있을 때쯤
내 악마를 죽여줘요
난 스스로 다치게 할 것만 같아요
이 형벌을 끝내줘요
난 한 번도 뜨거워 본 적이 없어요
믿었던 꿈들이 사랑했던 사람들이
그대를 등지고 깊은 생채기만 남겼대도
잊지는 말아줘
네게 정말로 필요한 그 모든 것들은
그대의 안에 다 있어요
길었던 밤들이 터질 것 같은 앙금이
눈물로 차올라 깊은 물 속으로 잠긴대두요
잊지는 말아줘
네게 정말로 필요한 그 모든 것들은
그대의 안에 다 있어요

 

 

 

 

 

심규선 - 음악가의 연인

 

 

가끔 그럴 때 있잖아요
내가 너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서
하찮게 느껴지잖아요
지금까지 걸어왔던 저 굽은 길도
밀물도 아니고 썰물도 아니고
수평선에서 밀려든 파도도 없는데
먼 바다가 가장 잔잔할 때에도
나는 이리저리 혼자 휩쓸려
밀려나네요
저 망망대해로
어째서 내게 머물러주나
너는 아름다운데
나와 함께 길도 없는 밤을
헤매어주나 너는
상처받으며 기꺼이
나의 시를 경청해주나
가끔 그럴 때 있잖아요
길을 잃고 너무 멀리 온 것만 같아서
두렵고 슬퍼지잖아요
이제 와서 돌아갈 순 없는 이유로
네 탓도 아니고 내 탓도 아닌데
밖에서 닥친 무엇이 우리를 가르고
속마음은 아주 반대라 하여도
서로 해선 안 될 말로
무심코 할퀴어 버리네
늘 후회하여도
어째서 나를 붙들어주나 너는
명예도 없고 저만치 쌓아 올릴 부도
없는 내 길 가라 해주나 너는
등을 맞대며 기꺼이 밤을 함께 버티며
내게 머물러주나 너는 아름다운데
나와 함께 어지러운 삶을
견뎌 내주나 너는
시인의 연인
영원히 내 곁에 음악가의 연인

 

 

 

 

 

 

심규선 - IVORY

 

 

 

그대는

상아빛 사월의

달밤에 저 홀로

피는 꽃 같아요

어느 누구를 향해서 그렇게

흐드러지도록 피어있었나요

 

그대의

두 눈에 어리는

사람이 누군지

알기는 싫어요

아마 용서치 못 할 것 같아요

지금도 이렇게 미워하니까요

 

한 잎 한 잎 또 잃어 가고 있어요

두 손이 아릴 때까지 쥐고 있던 꽃잎

봄은 주춤대듯 망설이듯 너의 운율을 따라

사위어 가고

 

노래를 마친 입술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를 몰라 굳었죠

보이지 않던 문들

 

우리 둘의 사이로

반짝이며 흘렀던 모든 꿈들이

이제는 저기 먼지 더께 속에

 

한 잎 한 잎 또 잃어 가고 있어요

두 손이 아릴 때까지 쥐고 있던 꽃잎

봄은 주춤대듯 망설이듯 너의 운율을 따라

사위어 가고

 

한 잎 한 잎 또 잃어 가고 있어요

차가운 비 속에서 몸을 떨던 별빛

발걸음을 뗄 때마다 다시 붙잡는 듯한 이 봄

사월의 그대

 

그대는 상아빛 사월의 달밤에 저 홀로 피는 꽃 같아요

 

 

 

 

 

 

심규선 - 부디

 

부디 그대 나를 잡아줘
흔들리는 나를 일으켜
제발 이 거친 파도가
날 집어 삼키지 않게

부디 그대 나를 안아줘
흔들리는 나를 붙잡아
제발 이 거친 바람이
나를 넘어뜨리려 해

저기 우리 함께 눈물짓던
그 때 그 모습이 보여
이젠 눈이 부시던 날의 기억
그래 그 순간 하나로 살테니
부디 다시 한 번 나를 안고
제발 지친 나를 일으켜줘
우리 사랑 했었던 날들
아직 모든 것들이 꿈만 같아
부디 다시 한 번 나를 깨워
제발 지친 나를 일으켜줘
다시 나의 손을 잡아줘
이제 잡은 두 손을 다신
놓지마 제발

그대 이렇게 다시 떠나가는 날
이젠 언제쯤 다시 볼 수 있을지
우리 이렇게 헤어지면
언젠가는 또 다시

부디 다시 한 번 나를 안고
제발 지친 나를 일으켜줘
우리 사랑 했었던 날들
아직 모든 것들이 꿈만 같아
부디 다시 한 번 나를 깨워줘
제발 지친 나를 일으켜줘
다시 나의 손을 잡아줘
부디 다시 한 번 나를 안아줘

부디 다시 한 번 나를 안아줘

 

 

 

 

 

 

 

 

이번에 알았는데 심규선님이 쓰신 책이 한 권 있다

『밤의 끝을 알리는』 이라는 에세이 책인데 너무 읽어보고 싶어서 바로 도서관에 예약했다

꼭 읽어야지

 

 


심규선님 네이버 블로그 : 심규선 沈揆先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심규선 沈揆先 : 네이버 블로그

당신의 모든 기록을 담는 공간

blog.naver.com

 

 

 

 

당신의 필체로 쓰여진 편지를 읽다 보면 눈물이 뚝뚝 흐릅니다.

한 자 한 자가 가슴에 푹푹 박히며 당신의 이름 세 글자를

차마 잊지 못 하게 합니다.

당신이 꼭 꼭 숨기고 감싸서 잘 가려놓았을 당신의 영혼이

어째서인지 거기 전부 드러나 있습니다.

손끝을 세워 조심해서 만지려 해도 당신의 글씨가

내 살갗 위의 지문을 타고 혈액으로 스며듭니다.

활자들이 심장을 향해 곧장 달려들면서

어느 순간 폭포처럼 안으로, 안으로 우르르 쏟아져 듭니다.

다 자란 어른이 손으로 쓴 편지는 모두 그렇습니다.

수천 통 중에 어느 한 통도 단 하나 예외가 없습니다.

나는 당신이 긴 어둠을 이미 지나왔기에

편지도 쓸 수 있었던 것이라 헛되이 짐작하면서도

그 지난 날에 두고 왔을 것들이 못내 서러워

봉투 귀퉁이를 오래 매만집니다.

욕망하는 짐승에 불과할지 모를 우리 사람이라는 존재가

타고난 성정을 넘어 고결해지기 위해서는

인정하기 싫어도 슬픔이 필요합니다.

눈물이 아니고서는 내면에 엉겨 붙은 불순물들을

달리 씻어낼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그 생각에 더욱 확신을 갖게 되어

자못 통탄스러워 하기도, 종종 비참해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한바탕 눈물을 쏟느라 온 마음이 범람하고 난 후에야

내내 소란하던 마음 속의 소음이 비로소 잠잠해지고

가을걷이가 막 끝난 들녘처럼

호젓하게 모로 누워 잠연해지는 것을 볼 때

내 헤쳐졌던 마음도 겨우 다 잡힙니다.

사람은 슬픔을 모르는 채로는 사람이 되지 않습니다.

당신은 이유도 모르는 채로

당신 삶에 쳐들어온 온갖 것과 목을 내놓고 싸우느라

세월이 가는지 오는 지도 몰랐다 합니다.

와중에 절반은 빼앗기고 또 절반쯤은 힘겹게 포기하며

때로는 비겁하고 때로는 그악스럽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많은 것을 놓았다고 합니다.

이제 우는 법을 잊었지만

소리 내어 웃는 일도 거의 없다 합니다.

길도 없는 바다를 건너느라 줄 것은 줘버리고

버릴 것도 다 버렸다 합니다. 어찌 허허롭지 않겠습니까.

무너진 자리 위에 다시 세울 엄두가

그리 쉽게 났겠습니까.

얼마나 울었겠습니까.

그러나 나는 당신 말처럼

당신이 어쩌다 살아남은 것이 아님을 압니다.

어떤 행운이나 불운도 당신의 지난 날에 관여하지 않았음을

당신 아픈 등에 대고

목 놓아 외쳐주고 또 외쳐주고 싶습니다.

조용히 입술 다문 당신 대신 내가 나서서

온 세상에 악을 쓰며 말해주고 싶습니다.

이 사람은 살기로 선택하였다고.

죽을 수가 없어서 어찌 못 해 살아온 게 아니라

겁이 나서 도망쳐서 어쩌다 보니 살아진 게 아니라

자기 스스로 살아가겠다고 선택하여

지금 이곳에 이렇게 존재하고 있는 거라고.

보라고, 두 무릎에 피 엉긴 자국이 아직 남아있다 한들

결국 그가 두 발 딛고 스스로 서 있는 것이

너희 눈에는 보이지 않느냐, 안 보이느냐 하고 악을 쓰며

발을 구르며 세상에 고함쳐주고 싶습니다.

당신을 대신해서 따져주고 싶습니다.

나에게 무엇을 빚졌다는 당신.

당신은 나를 포함한 그 누구에게도 아무것도 빚지지 않았습니다.

나는 압니다. 나 역시 물에 빠진 내 몸뚱어리를

몇 번이나 죽을 힘을 다해 직접 건져보았으므로.

나의 분신인 당신,

그 날 당신이 당신을 살렸습니다.

당신이 살기로 결심 하였으므로,

당신이 그러기로 선택하였으므로

당신이 살았습니다. 그래서 누구의 탓도 아닌 그 누구의 덕도 아닌

당신의 의지로

지금도 살아있습니다.

당신이 그러기로 하였습니다.

그때 우연히 내가 함께 있었고

서로의 그림자를 겹쳐보았습니다.

한 몸에서 함께 흐르는 혈액처럼 섞이고 말고 할 것도 없이

그 자리에서 우리는 즉시 우리가 되었습니다.

서로에게 설명해야 할 것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스스로 살기를 선택한다는 것은

어쩌면 태어나는 것보다 더 태어남에 가까운 것입니다.

그러나 죽음에 가까운 것은 오직 죽음 밖에 없습니다.

사람은 정말로 죽기 전까지는

일생 동안 몇 번이고 다시 태어날 수 있습니다.

과오는 씻길 수 있고 흉터도 흐려질 수 있습니다.

오직 살기로 결심해 본 사람만이

살아간다는 말의 가열한 의미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나는 믿습니다. 삶이 당신에게 빚진 것들을

갚을 시간이 이제 곧 찾아올 것이라고.

당신이 그러라고 다시 한번 해보라고

삶에게 계속해서 기회를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는 동안 당신의 안이 삶보다 더 넓어지고

더 크고 더 강하고 더 무연해졌기 때문에

이 삶이 결국 당신을 굴종시키지 못한다면

당신이 삶을 끌어 안아

당신 안에서 품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다시 우는 법도 배우고 다시 그 옛날처럼

새된 소리로 아이같이 웃음을 터트리기도 할 것입니다.

당신이 이 삶에서 잃은 것 전부와 어쩌면 그 이상을

이 삶에서 되돌려 받을 것입니다.

내가 약속합니다. 내가 곧 그 증명입니다.

돌아볼 필요 없이 나아가도 됩니다.

당신이 옳았습니다.

당신의 선택이 백 번 천 번 옳았습니다.

우리가 옳았습니다.

2023. 12월

심규선

 


 

2024.08.21 - [일상/아무거나] - 심규선 『몽상가』

 

심규선 『몽상가』

글은 쓰는 이의 영혼을 투영한다. 내가 노래를 쓰는 것보다 글을 쓰는 것을 더 주저하는 이유이다. 나는 내가 쓴 글 속에서 나의 비겁함이나 나약함이 여지없이 드러나고 마는 것을 두려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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