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영 작가님 인터뷰 모음 🐇

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박해영 작가님 인터뷰 모음 🐇

일상/아무거나

by 알록달록 음악세상 2022. 7. 12. 23:38

본문

728x90

독자를 '추앙'하는 작가, 끝끝내 인터뷰한 기자

 

[아시아경제 서믿음 기자] 2022년 상반기의 문화 현상으로 기록될 ‘추앙’ 신드롬은 작가 박해영의 작품 세계에 빠져든 대중의 화답이었다.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주인공인 구씨(손석구 분)와 염미정(김지원 분)의 애틋한 관계는 사랑이라는 두 글자만으로 해석하기 어렵다. 마음이 저려오게 하는 그 매력의 배경. 작품에 잔잔히 녹아 있는 스토리와 여운을 더하는 대사가 빚어낸 앙상블 아닐까.

 

‘나의 해방일지’는 그렇게 인생 드라마 대열에 합류했다. 박 작가는 인생 드라마의 대명사로 불리는 ‘나의 아저씨’에 이어서 또 하나의 홈런을 날린 셈이다. 대사의 미학을 제대로 보여준 ‘나의 아저씨’의 여운은 ‘나의 해방일지’에 그대로 스며들었다.

-‘나의 해방일지’ 결말에 관한 의견이 분분하다. 온라인에는 자신만의 해석을 내놓는 글이 줄을 잇는다.

▲서사의 결말은 여러 해석이 있을 수 있다. ‘꽉 닫힌 결말’이라고 평가받는 작품들도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확정되지 않은 부분들이 적지 않다. 결말은 ‘그들은 이렇게 됐다’가 아니라 극의 시작부터 이어져 온 생각과 행위들이 모이는 한 점이라고 생각한다. 이야기의 끝일 수도, 새로운 시작일 수도 있다.

-창작자의 과도한 해석은 시청자 해석을 제한할 위험이 있어 조심스럽지만 구씨의 이후 행보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구씨는 염미정을 통해 배운 게 있다. 자신의 잣대로 사람을 함부로 평가하거나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추앙해주고 추앙받을 때의 자유로움이다. 자신을 그토록 힘들게 했던 뒤틀린 모든 관계에서 해방될 방법을 엿봤다고도 할 수 있다. 지금 당장은 선배한테 배신당하고, 몸은 만신창이지만, 오늘은, 일단은, "한 발, 한 발, 어렵게, 어렵게" 가본다…. 그렇게 매일 조금씩 나아지는 삶을 살아갈 거로 생각한다.

 

-‘나의 해방일지’의 "나를 추앙해요"란 대사가 유행처럼 번졌는데 작가는 무엇을 추앙하나.

▲제가 사람을 평가하는 기질이 있다. 지나는 사람을 보고도 속으로 평가하고, 버스 안에서 눈에 띄는 사람도 속으로 평가하고. 대개는 부정적인 평가다. 한마디로 욕이다. 그러다가 반성한다. 추앙은 둘째치고라도, 습관적으로 사람을 판단하거나 평가하진 말자. 아무리 속으로 생각한 말이어도 그 씨앗 어디 안 간다. 하지만, 오늘도 벌써 공공장소에서 마주친 몇 분을 속으로….(웃음)

 

-‘나의 아저씨’를 인생 드라마로 꼽는 사람이 많다. 드라마 종영 4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운을 느끼는 사람이 많은데 소감이 궁금하다.

▲그때 우리가 허튼짓을 한 건 아니었구나 하는 안도감과 종영 후 한 번도 뵙지 못한 200여명의 스텝 분들과 조용한 연대의식 같은 걸 느낀다. ‘나의 아저씨’ 팀은 단 한 명에게서도 어떤 어긋남이나 누수가 보이지 않았다. 우린 다, 이 드라마가 어디로 가야하고, 어떻게 만들어져야 하는지 아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합이 맞았던 한 팀이었기에 결과가 좋았고, 현재까지 회자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파울로 코엘료 작가 등을 포함해 세계적으로 극찬을 받았다. 특히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극 중 이지안(이지은·아이유)에 매료돼 본인의 영화 ‘브로커’ 주인공으로 낙점하기도 했다.

▲작가로서 아주 기분이 좋다. 다만 이 질문은 저보다는 감독님이나 배우분들께서 답해주시는 게 더 적절할 것 같다.

 

-‘나의 아저씨’ 대본집도 큰 인기를 얻었다. 대본집은 20~30대 여성이 즐겨 찾는다는 통념을 깨고 남성 구매자들의 비중이 높았다.

▲나의 아저씨는 드라마를 잘 안 보는 남자분들이 많이 봤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영향으로 대본집까지 구매하신 게 아닐까 싶다. 짐작건대 드라마의 많은 남자 주인공이 발산형이었다면, 박동훈(이선균)은 수렴형이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같은 수렴형인 남자분들이 봐주신 게 아닐까.

-‘어떤 경험을 하면 이런 글을 쓸까’ 하고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오해일지 모르나 왠지 아픔의 경험도 많을 것 같은데.

▲뭔가 아픔과 특이한 경험이 있어서 글을 쓸 거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그렇지 않다. 저도 작가들은 뭔가 다를 것으로 생각했지만, 막상 작가가 돼 동료 선후배님들을 보니 다르지 않았다. 그 사실에 잠깐 실망했지만 바로 안도했다. 좋은 글을 쓰시는 분들에게 하나의 특징은 있는 것 같다. ‘인간에 대한 애정’이 있으시다는….

 

-주옥같은 대사를 해산하기 위한 산고가 궁금하다.

▲인간은 한 종자라 나의 갈증은 대중의 갈증일 것이라는 상정 하에 저의 갈증을 푸는 방식으로 인물을 잡는다. ‘나의 아저씨’ 기획 의도에는 그런 글이 있었다. "요란하지는 않지만, 인간의 근원에 깊게 뿌리 닿아있는 사람들. 그런 맑은 사람들에게 감동하고 싶다. 원래 인간이란 이런 물건이었다는 듯, 우리가 잊고 있었던 인간의 매력을 보여주는…." 평범해 보이는 인간의 뜨거움을 그려보고 싶었던 것 같다. 대사를 고통 속에서 길어낸다기 보다는, 인물에게 빙의해서 길어낸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대사와 캐릭터 모두가 자식 같겠지만, 유독 마음이 쓰이는 자식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대사나 캐릭터가 있나.

▲극에서 좋은 끝을 맺지 못한 캐릭터가 제일 마음이 쓰인다. 악역인 배우분들은 자기 속에서 악을 끌어내기 위해 얼마나 애쓰는지 모른다. 그런 연기를 하고 나면 소주를 마시고 들어가야만 잠이 오신단다. 악인은 그냥 악인으로 두고 극을 끝낼 때, 그 역할을 하신 배우분에게 상당히 미안해진다. 그래서 마음이 쓰인다.

 

-명목적 주인공은 있지만, 모든 캐릭터가 주인공처럼 느껴진다. 그들의 삶이 다채롭게 읽히는 재미가 있다. 특별히 신경을 쓴 부분인가.

▲한 번 등장했으면 극 중에서 자기 인생을 살아내야 한다. 영상화를 목적으로 하는 글이기에, 연기하는 배우가 분명히 있고, 자기 세계가 있는 사람이기에 인간적인 대접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인물을 제대로 건사하지 못하면, 쫑파티에서 그 배우 얼굴을 못 본다. 미안해서.

 

-드라마 집필, 제작 과정에서 무엇이 가장 기억에 남나.

▲쓰는 내내 보호받는 기분이었다. 누구도 저를 건드리지 못하게 했고, 조용히 글만 쓰게 했다. 심지어 어느 날 선배 작가님이 전화로 "그 팀에 그런 일이 있었다며?" 하는데 저는 처음 듣는 얘기였다. 안 좋은 얘기는 아예 제 귀에 안 들어오게 하시는 것 같았다. 고마웠다.

 

-가장 기억에 남는, 흡족했던 반응이나 피드백을 소개하자면.

▲‘나의 아저씨’ 마지막 방송 후 시청 소감 중에, 너무 고마워서 작가에게 돈(3만원)이라도 주고 싶다는 글을 본 적 있다. 너무 진심 같으셔서 그분을 찾아가서 받아오고 싶었다. 당신의 감사를 제가 정확히 받았다고 알려드리고 싶어서 3만원을 받아오고 싶은 심정이었다.

 

사진=세계사 출판사

 

 

[아시아경제 서믿음 기자] 독자가 작품을 해석하는 데 창작자 개입은 제한되기 마련이다. ‘정독’이든 ‘오독’이든 그건 오롯이 독자의 몫일 뿐, 창작자가 나서서 이러니저러니 말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이유에서다. 그건 박해영 작가가 여러 차례 인터뷰를 거절한 연유이기도 하다.

 

드라마 대본집 ‘나의 아저씨’(세계사)가 나왔을 때 한 차례 거절했다. "‘나의 해방일지’ 방영을 앞두고 이전 작품으로 인터뷰를 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는 회신이 왔다. ‘나의 해방일지’가 좋은 반응을 얻을 무렵 이번엔 해당 드라마 관련 인터뷰를 다시 요청했다.

역시 이번에도 대답은 마찬가지였다. ‘방영 중인 드라마에 작가가 의견을 내는 것이 조심스럽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자꾸 인터뷰를 거절하는 것도 민망하니 드라마가 끝난 후 ‘나의 아저씨’ 대본집을 중심으로 서면 인터뷰를 하겠다고 했다. 긍정의 신호를 내비친 셈이다.

 

"‘나의 아저씨’는 4년 전 작품이라 제가 가타부타 떠든다고 해서 시청자분들의 감정이 훼손될 일은 없을 것 같다는 판단"이라고 했다.

 

그만큼 박 작가는 작품과 사람을 대하는 데 사려 깊었다. 작품으로 독자와 소통하기를 원하는 박 작가에게 자꾸만 목소리를 내달라고 하는 게 실례가 될 수 있다는 생각도 해봤다. 하지만 그의 작품을 인생 드라마로 여기는 수많은 이의 궁금증을 풀어주고자 묻고 또 듣고 싶었다. 작가 박해영은 어떻게 그런 이야기를, 대사를 길러냈을지에 관해….

그렇게 박 작가와의 인터뷰가 성사됐고, ‘나의 아저씨’, ‘나의 해방일지’에 관한 그의 시선을 담을 수 있었다. 다만 박해영이 아닌 ‘박해영의 작품’으로 관객과 마주하고 싶다는 작가의 요청에 따라 그의 프로필 사진은 담지 않았다.

 

 

 

출처 : https://www.asiae.co.kr/article/2022061607162323944

 

"아저씨는…날 해방시켜줬다"['나의 해방일지' 박해영 인터뷰①]

2022년 상반기의 문화 현상으로 기록될 ‘추앙’ 신드롬은 작가 박해영의 작품 세계에 빠져든 대중의 화답이었다.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주인공인 구씨(손석구 분)와 염미정(김지원 분)의 애

www.asiae.co.kr

 

 

 

 


 

 

* 내가 제일 존경하는 박해영 작가. 그녀의 작품을 보면 닮고싶고, 배우고 싶어서 부던히 애를 쓰게 된다. 계속해서 언제든지 볼 수 있도록 내가 배울 점을 담은 그녀의 인터뷰를 정리했다.

박해영 작가 인터뷰 모음

<나의 아저씨>갤러리 및 브런치 글 참고

드라마 작가들이 천착해야할 것은 건강하고 아름다운 인간을 지키는 것이다.

결국 인간의 본질을 파고드는 작업이다.

사회 현실이 어떻든간에 드라마는 인간에 대한 천착이기 때문에 변할 이유가 없다.

자극적인 것으로 한판 승부를 보자는 건, 그만큼 자기 작품에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박해영 작가 관련 네티즌의 글 中

 

 

1.소재는 어디서 찾나?

플롯이 먼저 들어오는 사람이 있고 인물이 먼저 들어오는 사람이 있다. 전 먼저 인물이 먼저 들어온다. ‘또 오해영’에서는 ‘난 다시 태어나면 엄청 쉬운 여자로 살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오해영이란 인물을 탄생시켰다. 한편, ‘나의 아저씨’ 썼을 당시 작품들은 남자주인공이 다 기괴했다. 버럭하고 성격이상하고 능력(초능력)은 많은 설정이 판을 쳤다. 그런 사람에게 감동해 본적이 없던 나는 사람이 사람에게 감동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평범하게만 보이는 한 남자를 까고까고 봤을 때 어떤 풍파에도 흔들리지 않는 인간의 근원(선함)을 발견한다면 사람들은 얼마나 눈물이 날까라는 생각으로 탄생했다.

이런 남자의 얘기를 극적으로 풀어가려면 이 사람을 보통의 아저씨로 보고 이용해 먹을 아주 거친 여자가 필요했다. 이면을 봐줄 수 없을 것 같은 아이가 그 사람의 진가를 혼자 알아본다는 설정. 인물에 집중하는 이유는 미니시리즈는 구성보다는 먼저 시청자들이 그 등장인물이 보고 싶어해야 한다. 인간중심이기 때문에 모든 등장인물이 한번 나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에 대한 얘기를 끝까지 가져간다. 그 등장인물들은 내가 갖고 있는 감정의 한 부분, 한부분을 띄어 만든다.

2. 드라마 심리묘사는 어떻게?

사실 모든 사람이 말할 때 그 밑바닥의 심리가 어디서 왔는지 아는 사람이 없다. 말의 심리의 근원을 파악하는 걸 잘 할 수 있었던 것은 본인 어머니 덕택이기도 하지만 대학 때 집단상담심리라는 강의를 받았다. 7명 쯤 앉아 밑바닥 감정얘기만 한다. 그렇게 6개월을 했더니 나도 모르게 감정의 근원을 파악하게 되었다. 그래서 심리묘사에 대한 훈련이 되었던 것 같다.

3. 어떤 마음가짐으로 글을 쓰시나?

방송작가의 덕목 두 가지가 있다. 굳건한 체력과 시청자를 계몽하려 하지 말 것. 내가 얼마나 특별한 사람인지(글을 잘쓰는지)를 보여주고 싶어서 20년을 버텨왔지만 이건 아닌거 같다고 생각했다. 바퀴얘기를 하시며 어떤 신문물이 발견 될 때는 동시다발적으로 나온다. 인간의 마음은 하나다. 시대가 필요한 글을 쓰면 된다. 내가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는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이다. 우린 같이 뭔가 해소를 해야한다. 그래서 글을 쓴다. ‘나의 아저씨’ 는 사람은 원래 이렇습니다. 라는 걸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 생각해서 썼다.

4. 삶을 건강히 살기 위해선?

‘친절해라’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선 친절해야한다. 내 맘이 좋아야 남에게 잘한다. 자기를 사랑(친절)한 사람은 남도 사랑할 수 있다.

5. 취재는 어떻게?

나의아저씨 취재 당시구조기술자. 스님 등등. 매일 같이 카톡으로 물어봤다. 동훈의 직업은 시나리오 플롯을 거의 다 잡고 제일 마지막에 결정. 직업 찾는데 두달이 걸림. 대기업, 권력 암투가 심한 집단. 어느덧 구조기술사 발견. 제 또래 구조기술사(연우구조사무소) 분이 드라마 광이셔서 자문을 부탁했다. 많은 도움을 주셨다.

6. 대본을 쓸 때 장면을 상상하며 썼을텐데 실제로 연출과 차이는? 방송을 봤을 때의 느낌은?

또 오해영을 봤을 때는 밝기로 따지면 8로 썼는데 10으로 나왔다. 나의 아저씨는 6정도였는데 톤 다운하여 5로 나왔다. (중략) 내가 쓴 글보다 방송이 훨씬 좋을 수 있구나 이번 기회에 깨달았다. 편집, 음악 모든 분야의 스탭분들의 열정을 통해 나온 작품이라 제가 이렇게 얘기하고 다니기도 민망하다.

7. 캐릭터를 구상하는 방법, 캐릭터를 설정하는 방법?

내가 쓸 수 있는 사람은 세 부류가 있다. 본 사람, 느낀 사람, 겪은 사람. 어떤 방식으로든 만나본 사람이어야 다시 재구성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경험을 쌓아야 한다.

8. 공감가는 캐릭터, 혹은 애정이 붙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하냐?

안쓰러운가, 안아주고 싶은가, 응원하고 싶나. 이 세 가지를 고려한다.

9. 주인공 외에 다른 캐릭터들의 각각 특징은 어떻게 잡아내느냐?

(박연선 작가: 캐릭터들을 같은 한 상황에 넣어놓고 각각 어떻게 반응하는지 지켜보면 캐릭터가 잡히고 구분된다.)

10. 글을 어떻게 쓰는가

드라마를 쓰기 시작할 때, 한 줄, 한 줄로 시작한다. 드라마에 대한 한 줄이 나오면 그 후에 인물들이 그럼 어떤 처지여야 하고, 어떤 상처가 있어야 하는지 등 그림이 조금씩 잡힌다. 특히 박해영 작가의 드라마에는 상처나 트라우마가 꼭 들어가는데, 어떤 상처를 어떤 방식으로 폭발하여 치유하며 살아가는지를 고민한다 한다. 인물의 상처에 집중하는 건 어려서부터 여러 고민을 할 때 무얼 얻어서 행복한게 아니라 무얼 놓아서 행복해진다는 깨달음이 있었기에 각각 인물의 사연을 만들어내는데 정성을 들인다.

( 박연선작가: 악역을 맡은 캐릭터를 그려낼 때 고려하는 것은 멀리 있는 악역이 아니라, 태초부터 나쁜 사람이 아니라 우리 모두 그런 사람일 수 있다는 걸, 우리 모두 그럴 수 있다는 걸 생각한다고 한다.)

11. 유머를 넣는 방법

진지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하면 안되고 희석작용이 필요하기에 유머를 넣는데,

‘무서워서 재밌는지, 슬퍼서 재밌는지, 통쾌해서 재밌는지, 웃겨서 재밌는지’ 이 네 가지를 고민한다.

12. 작가는 타고나야 하는가. 노력해서 되는가?

회사를 잘 다니다가 IMF때 회사가 문을 닫는 바람에 나오게 되었고, 그러던 와중에 친구의 추천으로 우연히 드라마를 쓰게 되었다. 그래서 작가는 타고나야한다고 엄격히 단정짓기 보다는 사람의 마음을 잘 파악하고 인간에 대한 애정이 있으면 되는데, 그런 능력은 어느정도 타고난다. 인간에 대한 애정을 갖고 쓰는 사람의 글은 좋고 따뜻한 게 느껴지기 때문에 재능 중의 재능이다.”

(박연선 작가, “글에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는 상대방이 평가할 수 없다. 그래서 그냥 쓰는 것, 계속 쓰는 것, 그리고 쓰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또한 쓰면 쓸수록 늘기 때문에 많이 쓸수록 이득이다. (중략) 처음 글을 배울 때 선생님이 해주셨던 말 중 작가에게는 세 가지가 필요한데, ‘밖에서 할 수 있는 취미, 평생 붙잡을 수 있는 화두, 그리고 규칙적으로 쓰는 것‘이다.”)

+) 박해영 작가, “그에 추가해서, 네 번째 조건으로 체력이 중요하다.”

작가님의 <나의 아저씨> 관련 인터뷰

출처: <나의 아저씨> 갤러리

1. 달빛의 의미?

제가 논리와 의도를 가지고 글을 쓰지 않는다. 직관으로 쓴다. 느낌이 그랬다. 생각을 곰곰히 해보니 할머니가 물들지 않았다. 자기의 근원을 알고 있는 사람. 말랑말랑한 사람(경직된 인간-지안과 대비)

2. 장례식이 나온 이유

느낌상 장례식이 나와야 할 것 같았다. 삼형제의 어머니 요순이 죽는 다는 건 정말 큰일! 하지만 봉애가 죽는다는 건 약간의 해방감도 있는 것이다. 지안이가 더이상 아픔없이, 짐없이 나아가겠구나. 또한 봉애는 죽음을 준비한 사람. 사람이 죽고 사는 것이 심각한 사건이 아니야. 장례식이라도 주인공(후계팸)들의 반응을 통해 삶, 죽음 그렇게 대수 아니야 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작가님은 처음부터 지나치게 주관적이고 비현실적인 것에서 차별화를 두고 싶어 했다.

처음부터 인물들이 내면 속 결핍된 문제들을 가지고 있던 것도 모두가 겪었을 ‘평범함’을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살아가면서 느끼는 가치적인 부분들에서 자신이 한 ‘선택’을 후회한다던가,

타인과 비교하면서 열등감, 시기의 감정을 느끼는 등, 보편적인 것들의 일상화말이다.

지나치게 희망만을 말하는 모습들은 싫었고, 그냥 자연스럽게 감정에 이끌려가는 모습들 속에

편견과 그로 인해 빚어지는 오해 속에서 선택으로 인해 겪게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이 담고자 했던 바를 ‘사랑’이라는 정조를 통해 전하고 싶었다 말하더라.

송현욱, 또오해영 감독


언제쯤 박해영 작가님처럼 글을 쓸 수 있을까. 사람이 사람에게 감동하는 글. 나부터가 먼저 그 인물에 감동해있는 글. 사람에 대한 통찰과 근원을 볼 수 있는 눈을 언제쯤 기르게 될까?

 

 

 

 

출처 : https://m.blog.naver.com/moonlight_er/221727205923

 

박해영 작가의 글쓰기

* 내가 제일 존경하는 박해영 작가. 그녀의 작품을 보면 닮고싶고, 배우고 싶어서 부던히 애를 쓰게 된다. ...

blog.naver.com

 

 


 

 

 

‘나의 아저씨’(세계사) 작품집에서 작가는 “시트콤을 오래 했는데, 시트콤에선 모든 인물이 돌아가며 주인공을 한다. 아마도 그때의 습관이 있는 것 같다”며 “그중에 인물이 한번 등장했으면 극 중에서 자기 인생을 살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드라마 대본은 영상화를 목적으로 하는 글이기에 이를 연기하는 배우가 분명히 있고, 그들 모두는 자기 세계가 있는 사람이기에 인간적인 대접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잘 쓰려고 하면 영점 조준이 잘못된 것이다. 인물을 아끼고 사랑하자. 사랑이 다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나의 아저씨’는 잘 쓴 걸 넘어서 사랑이 풍부한 대본이다. 

 

 

 

그렇다면 작가는 어떤 대사가 기억에 남을까. 책에서 작가는 “할머니 돌아가시면 전화해”라는 동훈의 대사를 쓰고 왁 울음이 터져 삼십 분을 소리내어 울었다고 술회한다. “처음이라 당황했다”고 할 정도로 그렇게 울다가 자리에 앉았는데 다시 울음이 다서 또 한참을 서성일 만큼. 극중 춘대가 “마음이 어디 논리대로 가나요”라고 했던 말도 인상 깊었다. 이건 담당 피디의 어머니가 드라마를 보고 좋았다며 보내준 말이었는데, 작가는 “사실 저는 무언가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행동하고 싶어 하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이미 마음이 간 후에 뒤늦게 논리를 붙이려고 애쓰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출처 : https://www.asiae.co.kr/article/2022033107272231165

 

[남산 딸깍발이] ‘나의 아저씨’ 박해영 작가 “인물을 아끼고 사랑하자. 사랑이 다 한다”

인생드라마라는 게 있다. 단순히 재미를 넘어서 한 인간의 인생에 굵고 선명한 획을 긋는 그런 작품. 박해영 작가의 ‘나의 아저씨’는 많은 사람에게 그런 작품이다. 종영 후 현재까지도 끊임

www.asiae.co.kr

 

 


 

http://ktrwawebzine.kr/page/vol196/view.php?volNum=vol196&seq=1 

 

드라마는 쾌(快)를 위함이죠

‘구 씨’, 그리고 ‘나를 추앙해요’. 그 흔한 재벌 이야기, 삼각관계, 막장 하나 없이 시청자들은 2022년 봄에 함께 울고 웃었다. <나의 아저씨> 때와는 또 다른 우리네 이야기. 경기도민들의 서

ktrwawebzine.kr

 

 

유머 코드라는 게 작가마다 스타일이 있는데··· 평소에 주변 분들에게 웃긴다는 말 좀 들으실 것 같습니다. 작가님이 좋아하시는 장르의 영화나 유머 코드는 무엇인가요?

‘너 안 웃긴데 어떻게 시트콤(<올드미스 다이어리>, <청담동 살아요>)을 쓰냐’라는 말을 꽤 들었고요. 제가 어떤 사람 앞에서는 유쾌한 척하고 어떤 사람 앞에서는 조용한 것 같아요. 그런데 회의할 때 제가 말하면 보조작가들이 깔깔 웃는 걸 보면 좀 웃기지 않나 하는···(웃음)

본능적으로 ‘너무 심각하게 가지 말고 꺾자’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런 습성을 가진 것 같아요. 시청자 입장에서는 드라마는 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재미있어서 보죠. 어떤 장르든 쾌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슬픈 드라마도 쾌가 있고. 주야장천 심각한 상황만 펼쳐진다면 보는 사람도 쓰는 저도 답답합니다.

tvN <나의 아저씨> 때도 그랬고 이번 <나의 해방일지> 마지막 회의 열린 결말을 두고, 드라마가 끝난 몇 주 뒤까지도 시청자들의 커뮤니티가 뜨거웠어요. 이 열린 결말은 작가님의 의도였나요?

저도 시청자분들이 숨겨진 의도를 찾아 해석을 많이 하신다기에 의외였어요. 아마도 극이 어려워서는 아니고, 생략이 많아서 그런 것 같고요. 저는 상당히 깔끔한 엔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인생이 그렇게 무 자르듯이 뭔가 딱 해결되고 그러지 않으니까요···

드라마를 처음 시작하실 때 엔딩 신에 대한 스토리까지 다 구상하고 쓰시는 건가요?

처음부터 엔딩까지 다 구상할 수는 없어요. 대개는 50~60페이지 정도 되는 단편소설 분량의 줄거리를 가지고 한 회 한 회 써나가는 건데, 그렇게 살을 붙이다 보면 인물의 한마디로 극의 톤이나 방향이 바뀌곤 합니다. 물론 남쪽으로 가려고 했는데 서쪽으로 확 방향을 튼다거나 하는 건 아니고, 남남서 정도로 바뀌는 건데··· 그 방향의 정도는 10회를 넘어가면 정확히 나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10회를 쓰면 대략적으로 엔딩의 상황이나 대사는 미리 머릿속에 나와 있는 편입니다. 예를 들어 <나의 아저씨>에서 ‘지안, 편안함에 이르렀는가?’라는 엔딩 대사도 한참 12화를 쓰고 있는데 미리 와 있던 말이었어요. 아, 이게 엔딩 대사가 되겠구나 하는 거죠.

참 원초적인 질문인데··· 그 수많은 캐릭터들에 대한 영감,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으시는지 아주 노골적으로 궁금합니다.

기획 단계에서는 아주 느슨하게 하는 편이에요. 뭘 쓰고 싶은지도 모르기 때문에, 억지로 짜낸다고 나오지도 않고, 뭘 뒤지거나 보지도 않습니다. 나의 갈증은 대중의 갈증일 것이라는 생각으로 내 안에 어떤 갈증이 있나 살펴보는 거죠. 그러다가 ‘해갈’이라는 단어에 꽂혔어요. 난 한 번도 해갈을 느껴본 적이 없구나. 내 인생이 보통의 드라마에 나오는 음모, 배신, 죽을 병에 걸린 것도 아닌데, 행복하지 못할 이유가 전혀 없는데··· 왜 그럴까? 그렇지. 이게 인생이지···라는 말을 왜 한 번도 해본 적 없을까? 그래. 이걸 써보자. 그렇게 해서 주제를 잡으면, 이제 어떤 인물을 가지고 이야기할지 생각하죠. 그렇게 기획을 하고 인물을 찾고 서사를 정리하는 데 일 년 반 정도 걸려요. 이때까지는 저의 일과는 불규칙합니다. 그 후로 일 년 반 정도 대본을 쓰는데, 이때의 일과는 아주 단순해요. 8시경에 일어나서 가방을 둘러메고 스터디 카페나 일반 카페에 있다가 밤 10시경에 집에 들어오는···

유니크하면서도 대중의 공감을 얻는다는 거··· 이거 정말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다시 <나의 해방일지>로 돌아가서··· 염미정(김지원 분)과 구 씨(손석구 분)의 처음 출발점,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맨 처음에 어떻게 탄생했는지 궁금합니다.

생각의 순서가 어떻게 흘러갔는지 명확하지는 않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해갈을 먼저 떠올렸고요. 그다음에 ‘내가 왜 지치나?’ 이 생각을 해봤어요. 관계더라고요. 관계 속에서 추구하는 나의 이미지 때문인 거죠. 그럼 사랑이라는 말로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질감을 잡을 수 있나? 단어에 각을 떠서 생각해보자 했어요. 정확하게 관계에서 원하는 게 뭐고, 관계가 왜 이렇게 피곤하고 지치는 걸까? 사랑이라는 단어로는 하고자 하는 얘기의 각이 떠지지 않아요. 그런데 ‘추앙’. 이건 오해의 소지가 별로 없는 단어잖아요. 절대 긍정 혹은 절대 지지. 네가 내 애인이 될 만한 어떤 조건을 갖췄기에 관계를 이어가겠다는 말이 아닌 거죠. 사실 우리의 모든 관계가 조건화되어 있잖아요. 이게 치명적인 실수인 게 뭐냐면, 내가 조건을 들이밀 때 상대는 내 조건을 안 보겠냐는 거죠. 사람이 이걸 본능적으로 알아요. 그래서 관계가 다 치사해지는 거고요. 해방되기 위해서 관계에 대해 얘기해보자··· 그렇게 얘기가 흘렀다고 할 수 있어요.

‘추앙’이란 말은 언제 생각이 나신 걸까요? 추앙의 맨 처음이 궁금합니다.

(이 질문에 돌아온 답은 상당히 의외였다. 박해영 작가는 정말 솔직한 사람이었다.)

추앙··· 이 단어가 언제 저에게 왔는지 정확히 기억이 안 나는 거예요. 저도 이게 궁금해서 보조작가들한테 물어봤더니 정확히 언제 회의 때부터 쓴 건지 아무도 잘 모르더라고요, 하하하.

저는 개인적으로 <나의 해방일지>에서는 들판의 들개에도 캐릭터가 살아 있어서 놀랐습니다.

제주도 여행을 간 적이 있어요. 머물던 펜션 앞이 넓은 무밭이었는데 거기에 하얀 들개 세 마리가 있었거든요. 근데 다음날에도 같은 곳 그 자리에 그대로 있더라고요. 비가 와도 움직이지도 않고. 같이 간 지인분이 이야기하길, 사방이 뻥 뚫린 곳이라 그렇다는 거예요. 언제든 공격을 당하면 바로 움직일 수 있는 자리를 안식처로 삼은 것이라고. 그때 그 들개들을 보면서 생각했어요. 어떤 일을 겪었길래 사방이 뚫린 곳에서 밤낮을 안 움직이고 저렇게 살아가는 걸까.

미정의 아버지(천호진 분)가 누워서 TV를 볼 때 아들 창희(이민기 분)가 조용히 리모컨으로 채널을 바꿔주는 장면에서 울컥했습니다. 저와 아빠를 보는 것 같아서요. 에피소드를 만들어 내시는 작업이 궁금합니다.

따뜻함이 우선인 것 같아요. 매 신마다 어떤 식으로든 정서적인 느낌이 있게요. 그래야 시간을 들여 볼 맛이 나죠. 어떤 식으로든 불쾌가 아닌 쾌가 느껴지게··· (인터뷰 초반에 드라마는 시청자들의 쾌를 위해 써야 한다는 작가의 말이 다시 떠올랐다.)

극 중에서 미정이 엄마의 유골함을 거실에 두고 계속 거실에 나와 앉아 있는 장면과, 직장동료와 이야기할 때 했던 “그럼 엄마를 어디다 두고 와?”라는 대사··· 어디까지 상황과 인물을 시뮬레이션 해야 그런 대사들이 나오는 걸까요?

겪어보면 압니다. 인물에 몰입해서 길어내는 말들이 있고, 겪었기 때문에 그냥 나오는 말들이 있습니다. 미정의 동료들이 “유골함은 나라에서 시스템으로 관리하고 그러는 거 아니야?”라고 했던 대사도 제가 느꼈던 거예요. 아무 데나 둬도 된다고? 불법이 아니라고? 그럼 당연히 집으로 가져가야지.

인간에 대한 애정이야말로 작가에게 가장 중요한 재능이라는 말도 여러 번 이야기하셨는데요. 박해영 작가의 인간에 대한 애정, 관심. 그 원초적인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건가요?

이전에는 나의 특별함을 증명하는 것이 글쓰기의 목적이었다면, 그게 지옥이었다는 걸 인정하고, 인간에 대한 애정을 목적으로 놓고 글을 쓴다는 것입니다. 절대로 제가 인간에 대한 애정이 많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평소에 매력적인 인물을 만나게 되면 작품으로 녹여 내기까지 어떻게 입체적으로 만들어 내시나요?

다 박해영입니다. 내 안에 있는 여러 다중이들을 꺼내서 그 다중이들을 온전히 하나의 인물로 만드는 거예요. 내 속에 없는 속성은 말할 수가 없어요. 빙의해서 대사를 칠 수가 없어요. 그래서 내 속에 있는 여러 면을 살펴보고 한 면을 한 인물에게 온전히 주는 거죠. 극중의 열댓 명의 인물은 그렇게 만들어지고, 주인공 같은 경우엔 짧으면 6개월 길면 1년 정도 성격을 보여주는 에피소드를 정리해봐요. 조용하다, 우울하다 식의 관념적 단어를 쓰지 않고, 염미정은 이 상황에선 이렇게 말할 것 같다, 이렇게 행동할 것 같다··· 밀도 있는 에피소드를 만들어봅니다. 물론 하고자 하는 극에 어울리는 에피소드로 만들어보죠. 그렇게 써서 모으다가 보면, 한 인물이 아니고, 두 인물인 것 같아 보일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땐 아까워하지 않고 에피소드를 채로 걸러 한 인물로 만들어 내죠. 아깝지만 버려야 할 에피소드들은 과감하게 버립니다.

‘공들이는 만큼 대본은 달라진다’고 이야기하셨어요. 놀고 싶거나 안 쓰고 싶을 때, 집중력이 흐려질 때도 있으실 텐데 그럴 땐 어떻게 컨디션 조절을 하시는지요.

쓰기 싫다 싶을 땐, 그래도 일단 신발을 신고 나갑니다. 앉아서 노트북을 켜놓으면 어떻게든 또 쓴다, 그런 심정으로요. 어느 날 그렇게 커피숍에 가서 커피를 주문해 받았는데, 그 커피숍에선 항상 2층에서 썼거든요. 너무 올라가기 싫어서 그냥 가게 앞에 있는 간이 의자에 한참 앉아 있으니까 커피숍 주인이 나오셔서 혹시 2층이 추워서 안 올라가시냐고, “에어컨 좀 줄여드릴까요?” 하시는 거예요. 아니라고, 일이 너무너무 하기 싫어서 이러고 앉아 있다고 했더니 웃으시며 들어가셨죠. 그렇게 앉아 있다가 그냥 집에 들어왔습니다. 그런 날이 한 달에 두어 번은 오는 것 같아요. 피곤하고 힘들 땐, 잡니다. 자지 못하면 눕습니다. 눕지 못하면 눈이라도 감습니다.

아직 긴 터널을 걷고 있는 작가들에게도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잘 쓰고 못 쓰고는 본인이 압니다. 잘 쓴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을 때는 계속 가는 게 맞아요. 나 꽤 쓰는 작가네 싶으면, 맞으니까 계속 쓰시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작가님의 ‘해방일지’ 첫 번째 리스트는 무엇일까요?

‘마주치는 사람을 평가하고 판단하지 말자’입니다. 건널목, 버스 안, 커피숍에서 마주치는 사람들··· ‘이 사람 왜 이래? 저 패션은 뭐지?’ 이런 식의 습관적인 판단에서 벗어나자는 거죠.


일본 인터뷰 번역본

 

 


 

'나의 해방일지' 속의 염미정, 염창희, 엄마까지도 제 드라마 속 모든 등장인물은 다 제 안에 사는 여러 사람들의 한 부분이에요. 제가 여러 사람을 만드는 게 아니고 잘 들여다보면 자기 안에 여러 사람이 살아요. 따뜻한 마음도 있고 누구 하나를 처참하게 망신주고 싶은 마음도 있고, 선도 악도 독도 다 있어요."

'나의 해방일지', '나의 아저씨', '또 오해영' 등 여러 편의 '인생 드라마'를 써낸 박해영 작가는 자신의 '평범함' 속에 있는 마음을 깊이 들여다 보고 그 일부로 인물을 창조해 낸다. "인물의 대사를 쓰려면 작두를 타듯 그 인물에 빙의를 해야"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감정이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 또 자신의 마음 속 조각을 꺼내 그 안에 자신과 다른 속성 한 두개를 주입해 새로운 인물을 만드는 식이다.

박 작가는 "스스로도 자신을 지겹게 평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평범한 사람을 드라마 속에서 봐줄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작가의 몫"이라며 "사람 때문에 치이고, 상처 받는 일이 많지만 약속에 빨리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은 드물다. 내가 보고 싶은 사람,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을 생각하고 쓴다"고 말했다.

24일, 대신증권은 박해영 작가를 초청해 '제9회 대신크리에티브포럼'을 진행했다. 아래는 이날 질의응답 형식으로 진행된 포럼 내용 정리.



▲'나의 해방일지' 이후 근황은?
-1년 정도 지났는데 그동안 바쁘진 않았다. 여행이 끝난 뒤 '여독'이 남는 것처럼 방송 이후 감정적 파고가 있었다. 좋았다는 사람 얘기도 들으며 6개월 그렇게 보내고 나머지 6개월은 이제 뭐하지 하면서 가만히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작가님의 작품을 '인생작'으로 꼽는다. 평범한 주인공들을 특별하게 만드는 비결은?
-일반적으로 드라마에 나오는 특별한 직업, 능력을 가진 사람을 주인공으로 차용하는 일이 별로 없다. 실제로 그런 사람을 본적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제가 봤던 의사나 변호사 중에 상당히 매력있던 사람이 있었다면 썼을 수도 있다. 나처럼 평범한 사람이 많은데 드라마에서 봐줄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작가의 몫이다.

▲성공 비결을 물으면 언제나 감독과 배우에게 그 공을 돌린다. 감독, 배우와 소통하는 비결이 있나?
-저는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배우들과 소통을 안 하고 오로지 감독과만 한다. 배우가 대본을 보고 이해를 못하면 내가 잘못 쓴 것이다. 방송 현장은 한 팀이 보통 200명으로 6개월 같이 작업한다. 200명 모두 만나는 사람은 감독 밖에 없다. 만약 내가 배우와 소통하면 감독, 작가 소통 창구가 2개가 돼 오히려 배우가 당황할 수 있다.

▲'나의 해방일지' 집필의 배경은?
-나는 항상 아이템을 내 속의 갈증에서 찾는다. '또, 오해영' 때는 '다시 태어나면 마음껏 사랑을 주고 쉽게 살아보자'는 마음으로 캐릭터를 만들었다. '나의 아저씨'를 끝내고 나서는 솔직히 말해 돈도 명예도 생겼다. 하지만 내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한우 소고기를 가격을 안 보고 시킨다거나 택시를 탈 때 택시의 색깔을 안 보고 잡는 두 가지 정도만 변했다(웃음). 행복하지도 않고 감정의 '해갈'이 없었다. 돈도 명예도 있는데 '해갈'되지 않는 감정의 정체를 찾아 다시 글을 쓰다 보니 내가 사람을 멸시하며 살았구나, 남을 보듯 자기를 본다는데 남한테 이렇게 했으니 사랑스럽지 않고 내가 이 모양이구나. 이 감정이 해결되면 나도 사랑스러워지겠지, 그런 마음으로 쓰기 시작했다.

▲작품의 대사 하나 하나가 야구로 치면 '전력투구' 같다. 명대사, 어록으로 채워지는 작품을 쓰는데 걸리는 시간은?
-집필기간을 말하기 전에 저는 약간 컴플렉스인 게 대사다. 지인이 어느날 댓글을 봤는데 "병걸렸데, 명대사병"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 말을 듣고 찔리는 게 '서사가 딸린다는 건가', '너무 힘을 준다는 건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대사 한 마디 한 마디를 정제해야 맛이 살다 보니 대사가 함축적으로 변했다. 이러다 보니 집필 기간이 긴 편인데 보통 한 편당 4~5년이 걸린다. 한 작품이 끝나면 1년은 그 여파가 와서 여독을 빼고, 1년 정도에 대략적인 형체와 질감을 갖게 되고 캐릭터와 이런 것들을 맞춰서 짜다보면 2~3년이 더 걸린다.

▲다음 작품은 그럼 4년 걸리는 건가?
-천만다행이게도 이건가 싶은 질감이 떠올라서 2~3년 안에 뭔가가 나올까 싶다.

▲박해영이 생각하는 행복은?
-'편안함'이다. 어떤 분이 그러더라. 내가 가장 원했던 감정은 불안하지 않은거라고. 그말도 이해가 갔다. 저는 평범한 사람인데 제가 뭔가를 성취해서 행복을 꾸려낼만한 조건이 아니었다. 공부도 그저 그랬고, 괜찮은 게 아무것도 없었고 애초에 특별함은 포기했던 것 같다. 하지만 방송판에 들어오고 나서 깨달았는데 나는 '이름에 대한 욕망'이 어마어마했다. 방송이나 드라마에는 기본적으로 관여 된 모든 사람의 이름이 나오는데 나의 특별함을 증명하는 것에 대해 욕심이 컸다. 나에게는 불안함이 지옥이었다. 제가 '어금니 꽉 깨물고 글을 쓴다'고 한 적이 있는데 다시 돌이켜보면 잘난 게 없으니까 내가 어떤 존재라는 걸 글로써 증명해 보이기 위해 이렇게 힘들었구나 생각했다. 에라 그냥 사랑하자, 밥 벌이 정도 하고 편안하게 일해보자. 마음 편한 게 내가 세상에서 좋아하는 행복이란 걸 느꼈다.

▲'나의 아저씨' 등 작품 속에 좋은 어른이 많이 나온다. 작가님이 생각하는 좋은 어른은?
-사실 나의 아저씨를 쓸 때 '어른'이란 개념을 염두에 두진 않았다. 음악 감독님이 곡을 만들면서 곡 이름을 '어른'으로 지으면서 '좋은 어른'이 회자가 됐는데 개인적으로 인간대 인간으로 보고 썼지 특별히 어른을 염두에 두진 않았다. 한 목사님이 설교 중에 "모든 사람은 살면서 귀인을 기다리는데 40 넘은 사람은 스스로가 귀인이 돼줘야 한다"고 했다. 사실 '나의 아저씨' 속 인물들은 귀인의 마인드로 썼다.

▲가장 영향을 준 인물은?
-가장 크게 영향을 준 인물은 부모다. 제가 보니까 내가 밖에서 증오하거나 싫어하는 사람은 엄마의 연장선, 밖에서 호감을 느끼는 사람은 아버지의 연장선 같더라. 가족 말고 가장 영향을 준 사람은 오랜 시간 같이했던 사람은 아니고 슬쩍 만난 사람이다. 한 명은 다큐를 배우려고 교육원에 갔을 때 담당 교수님이었다. 당대 최고의 다큐 작가였는데 그 교수님은 다큐를 배우러 간 나에게 "다큐보다는 극(드라마)이 어울린다"고 추천해 줬다. 당시에는 상처가 됐지만 10년이 지나고 알았다. 진짜로 보는 눈이 있었구나라고. 한 명 더 얘기하자면 보조 작가 시절 같이 일했던 작가 동생이다. 1990년대 말 시트콤 보조작가였는데 다른 팀이었던 그 애는 버려지는 아이템 조각 중에서 내가 쓴 것만 골라서 다 읽었다. 그리고는 '너무 재미있다'고 언제나 얘기해 줬다. 작가기 때문에 (질투로) 좋은 걸 보면 화나고 잠도 못 잘만도 한데 그 친구는 '너무 재밌어, 언니' 이러는데 눈물 나게 고마웠다.

▲나의 해방일지 시즌2를 팬들이 기다리는데?
-시즌2가 있으려면 작품속 구씨가 있어야 하는데 그는 알코올 홀릭이다. 그가 개과천선하지 않으면 시즌 2는 없을 거다. 하지만 그 캐릭터가 그럴 리는 없을 것 같으니 시즌 2는 없을 것 같다.

▲(청중 질문) 드라마 PD 전공생인데 연출가로서 가져야할 태도나 생각이 있다면?
-공부하는 단계에서 뭐라고 할 수 있는 말은 없다. 만약 나중에 현장에 들어온다면 이런 태도는 갖췄으면 좋겠다. 글을 쓰는 사람의 글이 재미없더라도 단순히 '호불호'로 얘기하지 마시고 '이렇게 가면 더 좋아질 것 같다'는 식으로 항상 발전 방향으로 말을 하는 습관을 가지면 좋겠다. 어떤 작가를 만났을 때 단점을 커버하려고 하지 말고 장점을 부각시키는 방식 말이다. 나도 나의 단점을 안다. 서사가 약하다. 하지만 그거를 하면 내 장점(대사와 캐릭터)이 사라진다. 현장에서는 그렇다. 배우도 그렇다. 작가와 배우의 장점을 부각시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다.

※강연 중 제 옆자리에서 타자 소리 때문에 고통 받으셨던 청중 분에게 심심한 사과의 말을 드립니다.



이환주 기자 (hwlee@fnnews.com)

 

 

 

출처 : https://n.news.naver.com/article/014/0004986678?sid=103 

 

'나의 해방일지' 박해영 작가 "드라마 속 인물 모두 내 안의 일부"

"'나의 해방일지' 속의 염미정, 염창희, 엄마까지도 제 드라마 속 모든 등장인물은 다 제 안에 사는 여러 사람들의 한 부분이에요. 제가 여러 사람을 만드는 게 아니고 잘 들여다보면 자기 안에

n.news.naver.com

 

 


 



“뚫고 나갈 거야. 여기서 저기로”

박해영 작가는 SBS <LA 아리랑> 보조 작가로 시작해 청춘 시트콤 <행진> <골뱅이> <달려라, 울엄마> <올드미스 다이어리> <청담동 살아요>까지 오랫동안 시트콤을 썼다. 시작할 때 애를 먹었다. “남이 재미있을 만한 걸 가늠하고 웃을 만한 걸 찾아 써야 하는데” 그게 재미가 없었다. “메인 작가님을 찾아가 말씀드렸어요. 사람들이 웃어도 나는 재미가 없다고요. 그때 작가님이 해주신 말씀이 ‘글은 억지로 쓰지 못한다. 그러니까 네가 재미있는 걸 끝까지 파라. 그러다 보면 네 것을 재미있어 하는 감독이 나타날 수 있다. 그 감독 만나면 그때부터 작가 인생 풀리는 거다.’ 그렇게 계속할 수 있게 판을 만들어주셨어요. 감사한 조언이었지요. 만약 ‘극은 이런 거야. 이렇게 써야 하는 거야, 저렇게 하면 재미있대’ 이렇게 말씀하셨으면 오래 못 갔을 것 같아요.”

- 그렇게 10년을 파셨어요. 시트콤을 썼던 10년은 무엇을 훈련한 시간이었나요.

= 하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만약 시트콤을 했던 시간이 없었다면 글이 부드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인간이 이럴 때 웃기지’라는 걸 배울 기회였어요. 10년 동안 내가 매일 쓴 걸 배우들의 연기로 다시 보면서 ‘이거 안 사는구나. 이렇게 쓰면 안되는구나’ 훈련했고요. 10년 동안 내가 쓴 걸 누군가 연기하는 걸 본 경험은 10년 동안 내리 자기 글만 쓴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경험일 거예요.

- “무조건 행복할 것”이라고 외쳤던 <또 오해영>부터 “어디에 갇힌 건진 모르겠지만 뚫고 나가고 싶어요. 진짜로 행복해서 진짜로 좋았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는 <나의 해방일지>까지. 일종의 행복에 관한 탐구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작가님 개인의 화두도 행복인가요.

= 행복까지도 안 가요. 평안. 평화. 안온. 내가 지금 뭘 몰라서, 혹은 내가 지금 뭘 못 놔서 불행한 걸 거야. 그러니까 깨우쳐야 하는 거야, 득도해야 된다. 글 쓰는 게 일종의 개인적인 구도 작업 같아요. <또 오해영>을 쓸 때는 제가 40대 중반이었을 거예요. 인생이 되게 재미없다. 어떻게 해야 하나. 다시 태어나면 엄청 쉬운 여자로 살고 싶다. 막 주고 다 하고 오늘 또 사랑하자. 그런 생각으로 빙의해서 쓴 게 <또 오해영>이죠. <나의 아저씨>의 이지안(이지은)과 박동훈의 경우 나와 거리가 있는 처지라 약간은 떨어져서 봤고 <나의 해방일지>는 아, 여전히 행복하지 않네? (웃음) 가끔 깜짝 놀랄 때가 있는데 옛날에 썼던 대사가 또 나와요!(‘사랑으로 폭발해버려’, ‘해갈’ 같은 표현일까요.) 그게 해결이 안된 거예요. 해갈도 안됐고 폭발도 못 해봤고 그러니까 계속 나오는 거죠. 이게 제 로망인 것 같아요.

- 이야기를 짓는 일은 작가님 개인에게는 어떤 의미일까요.

= 예전에 <청담동 살아요> 끝나고 나서 쫑파티 자리에서 후배 작가가 ‘어떤 동력으로 글을 쓰냐’고 비슷한 질문을 했던 기억이 나요. 쓰다보면 나도 몰랐던 것이 내 인생의 문제였구나 훅 알게 되고 ‘이건 왜 이렇지?’ 의문이 생기는 아이템을 가지고 풀다 보면 ‘아 이래서 그랬구나’ 알게 되더라고요. 게다가 주 1회였기 때문에 매주 쓰면서 정리되는 그런 것들이 있었어요. 글쓰기가 생계는 물론이고 저에게도 도움이 되어야 하잖아요. 계속 나 언제 해갈되지. 언제 사랑으로 폭발할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하고 풀어가는 일이 쓰는 일 아닐까 싶어요.

사진제공 JTBC

에필로그

일과 중 빼놓지 않고 하는 일이 무엇이냐고 묻자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컴퓨터 게임이요. 윈도 컴퓨터에 내장된 카드 게임. 요즘 컴퓨터엔 없어서 다운받아서 해요. 글 쓰려면 힘드니까 회피하나보다 생각했는데 어느 날은 녹초가 되어 집에 들어가서도 하고 있을 때가 있어요. 정말 숨도 안 쉬고 해요. 왜 그러는 걸까요? 한번 생각해볼게요.”

마음을 뒤흔든 그 장면은 어떻게 떠올렸는지, 그 대사는 어떻게 나왔는지, 도무지 상상할 수 없어 물을 수밖에 없었다. 딱히 답이 마땅치 않을 질문일 줄 알면서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럴 때면 박해영 작가는 말을 멈추고 “한번 생각해볼게요. 왜 그러는지” “그것도 한번 생각해볼게요”라고 답했다. 그가 그려낸 감정과 대사들이 어쩌면 저 말에서 비롯됐을지도 모르겠다. 내 마음을 건드린 것, 마음에서 놓지 못하는 것을 한번, 그리고 다시 한번 되짚어보는 일. 그래서 피곤하다고, 지겹다고 매일 똑같이 불만을 털어놓는 내 마음에 실은 “우리 다 행복했으면 좋겠어. 쨍하고 햇볕 난 것처럼 구겨진 것 하나 없이” 이런 바람이 있다는 걸 간파해내는 게 아닐까. 그는 글쓰기가 일종의 구도 작업 같다고 말했다. ‘나 어디로 가고 싶은가. 뭐가 보고 싶은가.’ 이야기도 거기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그가 이번에는 어디로 향할지 벌써 궁금해진다. ‘아직도 해갈되지 않았다’는 그처럼 우리도 마찬가지니까. ‘나, 좀 좋아지고 싶다’는 마음이 여전하니까.

글 : 김수영사진 : 오계옥

 

 

 

출처 : https://n.news.naver.com/entertain/article/140/0000049754

 

[인터뷰] ‘나의 해방일지’ 박해영 작가, "내가 쓴 걸 누군가 연기하는 걸 본 경험은 완전히 다

“뚫고 나갈 거야. 여기서 저기로” 박해영 작가는 SBS 보조 작가로 시작해 청춘 시트콤 <행진> <골뱅이> <달려라, 울엄마> <올드미스 다이어리> <청담동 살아요>까지 오랫동안 시트콤을 썼다. 시작

n.news.naver.com

 

 


사진제공 JTBC

‘저거 진짜다’ 싶은 표정으로 말하는 인물, 살아 있는 인물

- <나의 해방일지>의 단초가 궁금합니다. 어떻게 시작된 이야기였나요.

= <나의 아저씨>를 끝내고 다음엔 뭐할까, 그 생각을 몇 개월 했어요. 처음부터 목표나 골조를 정확하게 잡고 시작하진 않습니다. 바라는 정서 정도만 있었어요. 가벼웠으면 좋겠다. 해맑았으면 좋겠다. 깔깔거렸으면 좋겠다. 그러다 어느 순간 경기도민 얘기를 해야겠다. 밭일도 했으면 좋겠고 땀을 흘렸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왜 젊은이들 얘기를 도시에서만 할까. 우리가 <섹스 앤 더 시티> 세대잖아요. 30대가 되면 아무렇지 않게 다들 <섹스 앤 더 시티>를 찍을 줄 알았는데 집도 없고 시티에 살지도 않고. 출퇴근하면 아프고. 내 인생 내가 주도적으로 살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잖아요. 그런데 그게 실패 같지 않은 느낌이었어요. 서사라는 건 기본적으로 어떤 설정이 필요해요. 누가 어떤 처지에 있는지, 문제를 어떻게 뚫고 나갈 것인지. 음모인지 배신인지. 이번에는 아무 설정 없이 가보자고 생각했어요. 저부터가 그런 어려움이 없는데도 행복하지 않더라고요. 누군가에게 배신당한 것도 아니고 빚더미에 앉은 것도 아닌데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 보통의 사람들도 그렇지 않을까, 그렇게 시작했어요.

-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사람. 나와 닮은 사람이고 실제의 삶이지만, 이런 주인공으로 어떻게 16부작을 돌파해나갈 생각이셨나요.

= 제가 드라마를 볼 때 서사에 매료되어서 보지 않거든요. 그보다 인물에 매료되어 보는 편이에요. 시청자 중에도 나 같은 사람이 있지 않을까. 이 얘기가 어디로 가고 쟤가 어떻게 되는지보다 저 사람을 지켜보는 재미. ‘그렇지, 저럴 땐 저렇지. 저런 표정이 우리한테도 다 있지’ 하면서 인물 보는 재미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인물들을 더 진짜 같게 그리는 데 치중한 게 아닐까 싶어요.

- 진짜 같은 인물을 그리기 위해서 <나의 해방일지>에는 어떤 취재가 필요했을까요.

= 49년 경기도에 살았던 경기도민으로서 그 생활을 잘 알고 있었고요. 초등학생 때 집 분위기가 드라마 속 구도와 비슷했어요. 집 앞에 바로 아버지 공장이 있어서 삼시 세끼 집에서 밥 드시고 밭일을 하셨어요. 염미정, 염기정(이엘), 염창희(이민기), 구씨(손석구)의 기본적 속성은 다 제 안에 있는 속성 하나를 부여해준 것이고요. 거기에 저와 다른 직업군을 부여해서 저와 다른 인간이 되게 하죠. 글을 쓸 때 직업군 외에는 자료 조사 하는 게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창희의 경우 편의점 관련 자문 주시는 분을 쫓아다녔어요. 의외로 본사 직원과 점주 사이가 돈독하고 동지애가 있더라고요. “너 결혼하면 축의금 50만원 준다”는 대사도 그때 들었던 얘기였어요. 창희는 직업 얘기가 있어서 편의점 얘기를 충분히 했는데 기정의 경우 관계가 주된 인물이어서 리서치 회사의 재미있는 부분을 제대로 못 쓴 건 아쉬움이 있어요.



▼ 집필 과정에서 작가로서의 즐거움은 어디에 있을까? “별로 없어요. 마쳤을 때 잘 끝났다, 안심하는 정도라고 할까요.” 갸웃하던 박해영 작가가 말했다. “함께 작업실을 쓰던 후배 작가 말이 ‘언니, 글 쓰는 거 좋아해’ 하기에 ‘그걸 어떻게 알아?’ 물었더니 제가 새벽 1시에 콧노래를 흥얼거리더래요. 10시간 끙끙대다가 뭐 하나 풀렸다고 그렇게 좋아하는 거죠. 그 1분, 이것도 쾌라고 할 수 있을까요. (웃음)

글 : 김수영사진 : 오계옥

 

 

출처 : https://n.news.naver.com/entertain/article/140/0000049751

 

[인터뷰] 박해영 작가가 말하는 ‘나의 해방일지’가 시작된 계기

‘저거 진짜다’ 싶은 표정으로 말하는 인물, 살아 있는 인물 - <나의 해방일지>의 단초가 궁금합니다. 어떻게 시작된 이야기였나요. = <나의 아저씨>를 끝내고 다음엔 뭐할까, 그 생각을 몇 개월

n.news.naver.com

 


 
17
18
19
20
21
22
23
24
25

 

 

 

출처 : https://gall.dcinside.com/mini/board/view/?id=haebang0409&no=15247&exception_mode=recommend&page=1 

 

대본집 배우&작가 인터뷰 모음 - 해방클럽 미니 갤러리

<배우 이엘><배우 이민기><배우 김지원><배우 손석구><작가 박해영>- dc officia

gall.dcinside.com

 

 

 


 

 

 

출처 : https://gall.dcinside.com/mini/board/view/?id=haebang0409&no=15298&page=1 

 

기정본 인터뷰에 작가님 언급 - 해방클럽 미니 갤러리

계속 우리드 언급해줘서 고맙다ㅠㅠ나만 못잊는게 아닌거 같아서 너무 좋다

gall.dcinside.com

 

 


 

사진제공 스튜디오드래곤

배우가 꽃을 피운다, 그 꽃의 자양분을 대자

<나의 해방일지>가 끝나고 박해영 작가는 “썼다가 엎고 생각나는 대로 끼적였다 버렸다 하며” 다음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 “보는 눈이 없으면 딴짓하는 편”이라 동네 카페 서너 군데를 돈다고 했다. “아침 9시 이전에 나가서 밤 10시까지 앉아 있다 들어오려고 해요. 진짜 일해야 하는 때가 오면 스터디 카페에 종일 앉아 있어요. 사람이 있으면 눈치가 보여서 뭐라도 하거든요.”

<나의 해방일지> 속 미정이 퇴근 후 카페에 앉아 일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당신과 함께 여기 앉아서 일한다고 생각하면 이런 그지 같은 일도 아름다운 일이 돼요. 견딜 만한 일이 돼요. 연기하는 거예요. 사랑받는 여자인 척. 부족한 게 하나도 없는 척.” 지금의 처지를 견디게 하는 상상, 누구나 해봄직한 상상. 카페에서 글을 쓰며 떠올린 것이냐고 묻자 그가 웃으며 말했다. “그땐 제가 아마 염미정이었을 거예요.”

“마음에 걸리는 게 없으면 뭘 죽여도 문제없어. 마음에 걸리면 벌레만 죽여도 탈 나.”(<나의 아저씨>)

- <나의 해방일지>의 대사 중 특히 미정의 말들이 제 마음 밑바닥의 감정을 마주하게 하더라고요. 작가님 역시 자기감정을 관찰하고 파고드는 사람이지 않을까 싶었어요.

= 가만히 보니까 제 감정이 하루에 50번 넘게 바뀌는 것 같더라고요. 지루했다, 좋았다, 이랬다 저랬다. 그중에 크게 걸리는 감정을 빨리 캐치해요. 나쁜 감정이 올라왔을 때 어느 순간부터 그 감정이 올라왔는지 생각해요. 한번은 작업실에 가려고 흥얼거리면서 집에서 나왔는데 공원을 지나고 뒤돌아보는데 공원 중간쯤부터 감정이 바뀌어 있더라고요. 왜 기분이 안 좋아졌지? 가만히 생각해보니 전화를 받았어. 상대방이 좋다고 한 얘기였는데 난 불편해졌네. 아, 시기했구나. (웃음) 갑자기 좋아졌을 때도 어느 지점에서 좋아졌는지 찾아보고요. 이렇게 감정의 근원을 찾아가는 작업을 계속합니다.

사진제공 박해영

- 그렇게 마음을 들여다보는 행위가 어떻게 대사나 이야기로 발전하나요.

= 누구랑 싸울 때 말에 꼬리를 잡고 가면 대화가 겉돌잖아요. 네가 잘못했어, 아니야 네가 잘못했지. 보통의 말싸움은 이런 말의 반복이고 얘기가 지루해져요. 상대가 저 말을 왜 하는지, 감정의 베이스가 뭔지 빨리 캐치를 해야 하잖아요. 대본을 쓸 때 그렇게 하려고 해요. 한줄 써놓고 이 말이 왜 나왔지? 아, 알아달라는 얘기구나. 그럼 상대방이 그걸 캐치하고 받아치든가, 두번 더 가서 받아치든가 해야 하는 거죠. 한줄 한줄 ‘이 말이 왜 나왔지’ 계속 봐요. 그냥 본능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 “내가 영화를 혼자 봐서 헤어진 걸로 만들고, 걔가 새벽에 딴 놈이랑 톡해서 헤어진 걸로 만들어야 돼. 절대로 내가 별 볼 일 없는 인간인 거 그게 들통나서 헤어지는 게 아니라!” 창희의 투덜거림 속에 드러나는 자기 성찰은 그렇게 빚어진 거군요.

= 대사의 골조는 빤하고 하고자 하는 말의 핵도 빤해요. 자기감정을 들여다보지 못하는 사람이 한 페이지 분량으로 중언부언할 얘기도 사실 한줄로 딱 끝내버릴 수 있거든요. 웬만하면 인물들이 그런 대사를 하게 하자는 주의예요. 그래야 보는 사람도 쾌감이 있고 보면서 딴생각하지 않게 되고요. 염미정과 구씨는 딱 골조만 이야기하잖아요.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고 반면 말맛이 있는 사람도 있잖아요. 그런 인물들은 수다를 떨게 하는 거죠.

“나는 네가 말로 사람을 홀리겠다는 의지가 안 보여서 좋아. 그래서 네가 하는 말은 한마디 한마디가 다 귀해.”(<나의 해방일지>)

글 : 김수영사진 : 오계옥

 

 

https://m.entertain.naver.com/article/140/0000049752

 

[인터뷰] ‘나의 아저씨’ 박해영 작가, “감정의 근원을 찾아가는 작업을 계속한다”

 

m.entertain.naver.com

 

728x90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