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 - 스케르초 2번 (+악보) / Chopin - Scherzo No. 2 Op. 31 in B-flat minor (+pdf 악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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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 - 스케르초 2번 (+악보) / Chopin - Scherzo No. 2 Op. 31 in B-flat minor (+pdf 악보)

클래식/클래식(+악보)

by 알록달록 음악세상 2020. 6. 27.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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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머만 - 쇼팽 스케르초 2번

 

 

스케르초 중에 제일 유명하고 인기가 많은 2번이다

보통 쇼팽 스케르초를 처음 칠 때 2번으로 시작하게 되는 경우가 많고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전문적으로 배운 아이들은 초등학생 때 벌써 이 곡을 치는 경우를 많이 본 것 같다

스케르초는 4곡 다 어려운 곡인데도 초등학생들이 1번, 2번을 치는 걸 유튜브에서 많이 봐서 부럽기도 했다
어쨌든 나도 짐머만이 이 곡을 친 영상을 보고 소름끼칠만큼 좋은 부분이 있어서 바로 악보 뽑아서 연습했었다

 

스케르초 답게 처음부터 불협화음이 나오고 곡이 전체적으로 변덕스러워서 해석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쇼팽 스케르초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이 있다
쇼팽 스케르초들은 이런 식으로 해석하기 힘든 분위기로 위기가 점점 고조되다가 끝으로 가면 정말 절제하지 않은 분노? 같은 느낌의 폭발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거기서 온 몸을 꽉 채우는 소리와 함께 혼란이 종결되는 느낌의 화음이 나와서 다 듣고나면 소름이 돋게 한다


쇼팽에 대해 쓴 책에서 쇼팽의 곡은 절대 단언하지 않는 느낌이 있다는 글을 봤다
작곡가 자신도 곡을 쓰면서 작은 부분 하나하나 어떻게 쓸지 어떻게 치는 것이 정답인지 확신하지 못 했다는 거다
그래서 곡의 느낌 또한 감히 뭔가를 확실하게 저지르지 못하는,
자제와 열정, 이성과 광기 사이에서 망설이다가 결국은 기쁨과 우울에 굴복당하는 느낌이라고 쓰여 있었다

그래도 2번은 전에 설명한 1번보다는 덜 기괴하고 우아한 느낌이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거지 그래도 밝은 느낌은 절대 아니다
우아하고 평화로운 멜로디도 나오지만 혼란스러움의 끝으로 달려가는 건 마찬가지이다

 

 

 

 

 

 

Chopin - Scherzo No. 2 Op. 31 in B-flat minor (에키에르).pdf
1.80MB

에키에르 판

 

 

 

 

 

 

악보를 보면 우선 Presto(질주하듯이, 매우 빠른 속도로)인데 지시어에 너무 구애받지 않고 자기가 듣기에 가장 좋은 속도로 치면 된다고 생각한다. 연주에 정답은 없으니까.
그래도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지 말고 지시어를 보고, 쳐보고, 생각해보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첫 장부터 매우 집중해야 하는데 멜로디가 귀에 쏙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집중해서 노래가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한 패시지 치고 한 패시지 치고 이게 아니고 전체가 모두 이어지도록 노래해야 한다.
귀로 길게 듣던지, 몸을 움직이면서 느끼던지, 허밍을 하던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집중력을 잃지 않아 한다.

 

 

sotto voce : 소리를 낮추어서

 

악보로 돌아가서, 처음은 한 음도 빠짐없이 들려야 한다는 말이 제일 맞을 것 같다.
셋잇단음표를 빠르게 쳐야한다고 아르페지오처럼 치는 게 아니다.

가장 첫 음 시 플랫부터 정말 중요한데 그 뒤의 셋잇단음표와 묶음으로 생각해서 느낌을 이어줘야 한다
시 플랫 치고 셋잇단음표 따로 치는 게 아니다.

한 음 한 음 다 들리게.
말이나 글로 설명하기는 힘들고 난 악보의 모든 부분에 있어서 설명보다는 자기가 직접 노래하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자세한 설명을 들어도 감이 오지 않던 것도 자기가 허밍해보면 뭐가 자연스러운 연주인지 직접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잘 모르겠을 때는 피아니스트가 친 영상 보면서 무슨 느낌인지 고민해보기도 하고 따라하기도 하고.

 

음이 없는 부분들, 즉 쉼표가 많은데 이 빈 공간들을 모두 노래에 포함시켜야 한다.

세 번째 마디와 다섯 번째 마디를 따로 떼어놓지 말고 이어서 노래해야 한다.

다섯 번째 마디에서 여섯 번째 마디로 갈 때도 마찬가지로 이어지는 느낌으로
여덟 번째 마디의 옥타브 기호 있는 화음들이 어려운데, 난 여기서 음이 계속 빠졌다.

모든 음을 확실히 누른다는 느낌으로 손가락 끝에 집중하니까 나아졌다.

 

 

 

 

 

poco riten : 이 부분에서 점점 느리게

con anima : 활발하게

cresc(=crescendo) : 점점 크게, 점점 세게

 

 

새로운 패시지가 시작되는 부분이지만 그렇다고 따로 따로 끊어서 생각하지 말고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서 노래하기.
노래가 잘 안 되면 꼭 허밍하기.

여섯 번째 마디의 가장 높은 음 파는 포르티시모인데 여기서 처음부터 다이나믹하게 치려고 너무 오바해서 세게 치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노래해야 한다. 내가  성악가가 돼서 이 음표들을 노래로 부를 때 처럼.
하지만 역시 정답은 없으니까 스케르초의 느낌을 극도로 살리고 싶을 때는 정말 이중인격처럼, 조금 더 경박하게 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노래하면서.


포코 리테누토 써있는 곳에서부터 점점 느리게, 콘 아니마 있는 부분에서 다시 본래 속도로 돌아온다.
여기서 제일 중요한 건 오른손 노래하는 거다.
내가 언제나 노력하는 게 멜로디 노래하는 거라서 글을 쓸 때도 계속 말하게 된다.
오른손의 아름다운 멜로디가 부각되는 부분이라서 무조건 오른손 노래해야 한다.
이 부분이 왼손 때문에 어려운데 오른손은 노래해주고 왼손은 따로 연습 해야한다.

안 그러면 박자 맞추기 힘들다.

왼손 음간격이 넓어서 잘 안 닿는데 손목이 새끼 손가락을 잘 따라가줘야 한다.

여기 멜로디 정말 좋으니까 꼭 자기가 그 노래를 느끼면서 연주하기.

이 뒤에는 이제 매우 느린 부분 나오는데 특별히 설명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에 설명은 여기까지만 해야겠다.
4분 22초부터 내가 제일 좋아하는 멜로디가 나온다.

이 멜로디가 나중에 온 몸에 소름돋는 부분으로 발전되는데, 6분 55초부터 달려가서 7분 40초에서 폭발한다.

난 이 부분듣고 이 곡에 빠져서 악보 뽑았었다.

 

 

 

 

 

 

 

 

내가 좋아하는 부닌 연주도 가져왔다.
짐머만보다 조금 더 느리게 치고 조금 더 서정적으로 쳤다.
나는 곡이 폭발해주는 부분에서는 정말 절제하지 않고 폭발하듯이 치는 느낌을 좋아하는데 (물론 무작정 때려치는 거 말고 노래하면서, 곡 전체를 귀로 들으면서) 18분 46초부터 시작되는 부분에서 부닌이 짐머만 보다 더 감정을 넣어서, 루바토 더 많이 주고 멜로디 더 잘 들리게 끈적하게 쳐줘서 좋았다.

 

 

 

 

임동혁 - 쇼팽 스케르초 2번

 

정말 깔끔한 임동혁님의 연주.

템포도 presto

 

 

조성진 - 쇼팽 스케르초 2번

 

피아노 치는 모습이 세상에서 제일 멋있는, 부러운 조성진님

 

 

 

 

 

드미트리 쉬시킨 - 쇼팽 스케르초 2번

 

하나만 더 추가

 

 

 

 


 

 

 

스케르초 라는 말의 뜻은 원래 이탈리아 말로 농담, 익살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래서 스케르초 형식의 곡들은 모두 변덕스럽고 익살스러운 느낌이 있다.

쇼팽 이전의 작곡가들은 스케르초를 곡 전체의 형식으로 사용하기보다는 곡 안의 작은 부분, 짧은 악장 정도를 차지하는 부분으로 쓰거나 가벼운 짧은 곡의 느낌으로 작곡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쇼팽은 다른 작곡가들과 달리 스케르초를 규모가 크고 그 자체로 완성된 느낌으로 작곡했다고 한다.

난 지금 당장의 기분이 어떤지에 따라 좋아하는 곡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 곡이 제일 좋다, 이 곡이 제일 위대하다, 이런 생각은 없지만 쇼팽 스케르초에서는 분명히 다른 곡에서 느낄 수 없는 소름끼치는 결이 존재한다.
다른 위대한 작곡가들도 혼란스럽고 거침없이 질주하고 정력이 넘치는 곡들을 많이 작곡했지만 쇼팽의 스케르초는 불안정한데 자연스럽고 절제하려고 했다가 화나고 기괴했다가 아름답고 이런 변덕의 끝으로 이끌고 가서 결국 모든것을 때려부술 것 같은 폭력적인 느낌을 주는데 그러면서 또 여린 느낌을 주는 것 같다.

이런 곡들은 조금만 잘못 만들어도 듣기 싫고 주제도 모르겠고 작곡가를 이해할 수 없게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쇼팽의 스케르초는 변덕스러운 진행에서도 부자연스러움이 느껴지지 않고 기괴한 느낌 속에서도 중간중간 귀에 명확히 들리는 황홀한 멜로디때문에 극도로 난해해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쇼팽과 이 곡에 대해서 더 경외심이 드는 것 같고 어쩌면 불안정한 인간종과 닮은 곡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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