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키에르 판
내가 정말 좋아하는 쇼팽의 스케르초 4곡
그 중에서 제일 괴상한 분위기의 곡인 1번이다
(사실 제일 좋다기에는 지금의 기분에 따라 제일 좋은 곡이 달라지기 때문에 뱃노래도 제일 좋고 녹턴도 제일 좋다)
쇼팽 스케르초는 전부 다 뭔가 받아들이기 힘든 멜로디로 시작해서 사람 마음을 요상하게 꺾어놓고
긴장감이 극도로 치닫고 뇌와 귀가 혼란스럽고 틱이 나올 것 처럼 만들어서 해석하기 힘들게 하다가
마지막에는 그 혼란이 대폭발해서 아무것도 생각 못 할 정도로 그냥 음악에 휩쓸리게 만드는 느낌이 있다
그래서 그 혼란이 폭발할 때 오는 카타르시스와 곡이 끝나고나서 긴장감이 풀리면서 소름이 돋는 매력이 있는 곡들이다
피아니스트들의 피아니스트 루빈스타인은 쇼팽 스케르초를 악마들의 향연이라고 했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이 1번이 제일 악마같은 느낌이 나는 곡이다
4번은 조금 평화롭고 다른 분위기이긴 하지만 어쨋든 4번도 끝판왕 급으로 좋은 곡이다 (난 4번이 제일 좋다)
난이도도 하나같이 다 어려워서 나도 악보만 보고 연습은 안 했는데 이거 올리면서 나도 연습하고
더 공부할 생각이다
악보 보면서 느낀 점들을 한 번 설명해봐야겠다
악보 첫장 (Presto con fuoco : 정열적으로 빠르게)
첫 마디부터 스케르초 느낌이 나는 화음으로 시작한다
칼처럼 날카롭게 시작해야 하는데 윤디처럼 오른손만 스타카토 하는 게 좋은 것 같다
그 음을 페달 밟고 끊기는 느낌 없이 이어가서 다음 화음 (다섯 번째 마디 포르잔도 있는 부분) 으로 떨어져야 한다
떨어질 때 절망적인 느낌이 나도록 쳐주는 게 좋은 것 같다
그 다음에 두 번째 줄부터 빠른 패시지가 시작되는데 첫 시작에 포르잔도는 아주 살짝 세게 쳐주지만 그 다음 음들은 그냥 지나가는 음이다
이 곡이 처음에 연습할 때 어려운 이유가 그냥 지나가야 하는 음들을 크게 또박또박 치려고 하면 속도도 안 나고 멜로디도 잘 안 들려서 그런 것 같다
여기서는 손가락을 하나 하나 위로 들어올렸다가 건반을 친다는 느낌보다는, 비교적 손가락이 건반에 붙어 있는 상태에서 건반을 누른다는 느낌이 더 맞는 것 같다
내가 동그라미 쳐놓은 포르잔도 있는 부분 말고는 여리게 치는 게 좋은 것 같다
동그라미 쳐놓은 부분도 세게 안 쳐도 된다
특히 내가 노란색으로 칠해놓은 음표는 자기도 모르게 세게 치게 되는 부분인데 세게 치지 않는 게 좋은 것 같다
파란색으로 동그라미 쳐놓은 부분은 날카로운 느낌으로 쳐줘야 한다
패시지의 마지막 가장 높은 음의 포르잔도는 특히 더 세고 날카롭게
제일 중요한 건 그냥 자기가 직접 노래하는 거. 허밍하면 더 노래하기 쉬움.
그 다음 패시지도 똑같은 느낌이고 노란색 형광펜으로 칠해놓은 부분은 지나가는 음이지만 빠지는 음이 있으면 안된다
당연히 주 멜로디 음이 중요한 건 맞지만 정말 좋았던 연주들에서는 항상 모든 음이 다 들리고 하나의 음표도 허투루 지나가지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나는 거의 대부분의 곡이, 거장 피아니스트들이 치는 속도보다 더 느리게 쳐야 더 좋게 들리는 사람이라서 너무 템포를 빠르게 치려고 피아니스트를 따라하려고 하지말고 자신에게 맞는, 자신의 귀에 가장 좋은 템포를 찾아서 쳤으면 좋겠다
조성진님이 하신 말씀이 있는데 예를들어 "걷는 속도로" 라는 템포 지시어가 있으면 사람의 걷는 속도는 모두 다르기 때문에 그 지시어를 해석하는 것도 각자의 마음이라고 했다
테크닉이 부족해서 원하는 속도를 못 내는 건 분명히 문제지만 너무 억지로 빠르게 치려고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여기도 파란색 동그라미 쳐놓은 부분이 중요한 음들이고 나머지는 마구 지나가야 곡의 느낌이 산다
여기서 동그라미 쳐놓은 부분들이 소름돋게 좋은 곳인데 포르테 첫 음을 강하게 치고 다음 네 개의 음까지 강하게 치고 데크레센도 하면서 추락하는 느낌으로 치는 게 좋은 것 같다
그리고 빠르게 지나가다가 다시 동그라미 친 부분 포르잔도에서 왼손 옥타브 강하게 쳐주고 오른손도 솔 포르잔도 해준다
첫 번째 동그라미 패시지보다 두번 째 동그라미 패시지를 더 여리게 치는 게 좋을 듯 하다 (그래도 왼손 옥타브 포르잔도는 강하게)
노랑색 동그라미 부분은 앞의 패시지보다 여리게 쳐주는 게 좋다
왼손 노란색 형광펜으로 색칠한 부분 잘 들리게 하고 이음줄 지키고 오른손 한 음 한 음 다 잘들려야 하고 빠지는 음 없이 크레센도 데크레센도 잘 해줘야 더 긴장감 있다
이 곡도 마찬가지로 내 귀로 들으면서 노래하듯이 쳐야한다
내가 글을 쓸 때마다 거의 항상 말하는 게 내 귀로 내 음악을 들으면서 노래하듯이 쳐야한다는 거다
두 번째 줄 마지막 마디 포르테시모 화음 세 개 날카롭게 쳐주고 그 다음에 나오는 부분 집중해서 노래하면서 쳐야한다
3번 째 줄 동그라미 쳐놓은 부분은 왼손이 이어지는 느낌으로 루바토 주는 게 좋은 것 같다
악보에는 데크레센도 써있는데 윤디는 가벼운 느낌에서 무거운 느낌으로 크레센도 해준 것 같다
그 바로 뒤 오른손 악센트 지켜줘야 한다
ritenuto : 그 부분에서 느리게
여기가 처음 치면 멜로디 라인이 어디인지 파악하기가 힘든 부분이고,
악센트 안 살리고 치면 이게 무슨 곡이지 싶을 정도로 귀에 잘 안 들어오는 부분이다
그래서 내가 피아니스트 연주 들으면서 중요한 멜로디 라인 동그라미, 형광펜 쳐놓았다
새끼손가락 별표 쳐놓은 건 새끼손가락에 악센트 넣어서 쳐야한다는 뜻이고 조금 무게를 실어서 길게 밀어줘야 한다
그 다음 부분도 새끼손가락이 멜로디 라인이고 악센트 살려줘야한다
음 간격이 넓기 때문에 손이 매우 크지 않은 이상 로테이션 이용해서 손목을 새끼손가락 방향으로 틀어줘야 한다
표시한 부분이 중요한 멜로디 라인이니까 무조건 살려서 쳐야하고
이 곡은 워낙 멜로디 라인과 그냥 지나가야 하는 음이 구별이 잘 안 되는 곡이라서 중요한 음을 악센트로 계속해서 살려주면서 쳐야한다
우선 여기까지만 해야겠다 너무 힘들다
sempre piu animato : 점점 힘차게 치라는 뜻
내가 제일 좋아하는 피아니스트 중에 한 분 짐머만의 연주
음질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듣게되는 완벽한 연주다
처음부터 끝까지 빠르게 휘몰아치고 테크닉도 완벽하고 터치가 단단하다
확실히 연주자마다 개성이 느껴지는데 윤디보다 루바토를 줄이고 짐머만의 스타일로 친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스케르초 1번은 윤디리가 스케르초의 느낌을 가장 잘 살린 것 같아서 제일 좋아한다
네 개의 스케르초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연주한 부닌의 연주도 가져왔다
부닌은 쇼팽의 곡을 정말 혼신의 감정을 담아서 연주하는 느낌이 나서
어떨 때는 과할다고 느낄때도 있지만 어떨 때는 그 누구보다 깊게 감정이 느껴지고 집중해서 듣게 되는 것 같다
부닌은 루바토를 되게 많이 하고 건반을 조금 끈적하게 누르는 스타일인데 난 개인적으로 엄청 좋아한다
터치의 단단함이나 테크닉은 짐머만이 더 좋은 것 같다
조금 난해한 곡일 수 있지만 정말 매력있고 좋은 곡
특히 9분 10초(맨 위 윤디리 영상에서)에서 시작하는 마지막 코다는 진짜 악마에게 지배당해서 온몸이 꺾이는 느낌이 드는 부분이라서 정말 정말 멋있고 나도 한 번 악마처럼 쳐보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드는 곳이다
다음엔 스케르초 2번을 가져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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