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악보 보면서 들을 수 있는 영상
이것도 짱 좋다
난 브렌델 연주 대체적으로 다 좋아한다
편안하게 들려서
나만의 느낌이지만 브렌델은 포르티시모를 싫어하는 것 같다
극도의 다이나믹을 주기 위해서 건반을 때려치거나 크게치는 걸 싫어하는 것 같고
전체적으로 따듯하고 여리게 치지만 그 안에서도 크기 조절이 명확하게 느껴지도록 연주한다
갑자기 너무 크게 치지도, 갑자기 너무 작게 치지도 않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노래하고 살짝 흐느적거리는 듯한 느낌도 든다
좋아하는 연주자이다
여리고 부드럽게 친다고 좋아하는 건 아니고 곡에 따라 좋아하는 연주가 다르다
어떤 곡은 또 포르티시모를 확실하게 살리는 거친 연주를 좋아한다
아무튼 첨부터 끝까지 끊기지 않는 연주자의 노래가 느껴지면 다 좋다
다음은 아라우
저번 쇼팽 뱃노래 글에서도 말했지만 아라우는 자신이 연주하면서 자기가 치는 피아노의 소리에 정말 집중하는 느낌이 든다
물론 모든 피아니스트가 그렇겠지만 아라우는 정말 노래를 느끼면서 친다는 느낌이 있고
멜로디를 진짜 잘 표현하는 것 같다
나는 피아노를 잘 치는 사람은 아니지만 내가 피아노를 칠 때 멜로디를 좀 끈적끈적하게 잘 들리게 치는 걸 좋아해서 연주자도 그런 연주자를 좋아하는 것 같다
아무튼 아라우 연주도 완전 추천
호로비츠와 함께 20세기 최고의 피아니스트였던 리히터
밑에는 글렌 굴드가 리히터를 두고 한 말
세상엔 두 종류의 연주가 있습니다. 하나는 연주자가 악기를 스스로를 표출하는 수단으로 쓰는 경우입니다: 파가니니와 프란츠 리스트처럼요. 그리고 나머지는 청취자를 연주자 개인의 개성이 아닌 음악 자체에 연결해주는 경우입니다. 제 생각엔 스비아토슬라브 리흐테르보다 후자의 예시에 어울리는 연주자는 없다고 단언합니다.
또 다른 언급
위대한 피아니스트들은 타연주자를 압도하는 장기를 하나씩 갖고 있다. 라흐마니노프의 왼손, 알프레드 코르토의 루바토, 블라디미르 호로비츠의 엄청나게 큰 소리, 글렌굴드의 영롱한 터치, 등. 이에 비해 리흐테르는 그 어떤 연주스타일로도 분류되지 않는 카멜레온같은 연주자였다.
다음은 음질도 좋고 연주도 좋은 손열음님
손열음님은 슈만이라는 작곡가를 참 좋아하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예전에 한 인터뷰에서 "듣고 정말 소름이 돋았던 곡이 있나요?" 라는 질문에
슈만의 곡들이 그랬고 특히 크라이슬러리아나와 판타지를 언급하셨던 걸로 기억한다
어제 읽었던 손열음님이 쓰신 책 "하노버에서 온 음악 편지" 에서도 이 곡에 대한 글을 봤는데
여기에 메모하려고 한다
환상, 영어로는 fantasy, 독어로는 Phantasic, 불어로는 fantaisie 라고 쓴다. 그런데 이 곡은 이들 중 무엇도 아닌 다른 철자를 쓴다. 슈만의 피아노곡, <Fantasie Op. 17>다. 우리나라 말로는 '환상곡'으로 번역되는 이 단어는 그래서 로베르트 슈만이 남긴 고유명사다.
어느 날 그는 베토벤 기념비의 건립 기금을 마련하려는 동료 프란츠 리스트로부터 작품을 의뢰받았다. 맨 처음 그가 작곡하고자 했던 것은 '소나타'였다. 짧은 '성격소품'들을 묶은 모음곡을 주로 쓰던 그가 3악장 형식의 소나타에 도전했다는 것 자체가, 고전 소나타의 대가 베토벤에 대한 존경심의 표현이었을 수 있겠다.
하지만 막상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하자, 곡의 주제부터 내용까지 모든 게 달라졌다. 당연한 일이었다. 스승의 딸 클라라와 불같은 사랑에 빠진 그에게, 세상은 밤하늘의 해와 달부터 떨어져 내리는 빗방울까지 온통 그녀였으니, 제자로서는 무한히 아꼈을지언정 딸을 내어주기까지 할 마음은 추호도 없었던 프리드리히 비크는 두 사람을 떼어놓기 위해 클라라를 저 멀리 파리로 보내버렸다.
만나는 것은 고사하고 서신을 교환하는 것까지 힘들어진 이 불쌍한 연인이 이제 사랑을 표현할 수단이라곤 오로지 음악뿐. 쉴레겔의 4행시, '은밀이 귀 기울이는 자에게 / 온갖 대지의 꿈속에서 / 나지막함 음이 / 모든 음을 뚫고 울려나온다'를 앞머리에 붙인 이 곡을 클라라에게 보내며, 슈만은 말미에 이렇게 적었다. '그 나지막한 음, 그건 바로 당신'. 이렇게 이 곡은 은밀한 편지가 되었다.
슈만 스스로가 자신이 이때까지 지은 곡 중 가장 열정적이라 표현한 1악장은 왼손의 아르페지오(화음을 펼쳐서 연주하는 것)로 시작한다. 베이스인 첫 음은 솔, 두 번째 음은 라, 둘의 간격은 사실상 2도다. 하지만 두 음은 나란히 모여 있는 대신 사이에 한 옥타브를 두고 떨어져버렸다. 가장 가깝고도 먼 사이가 된 것이다.
p(피아노, 작게)로 숨을 죽인 왼손이 무색하게 이내 오른손의 선율이 ff(포르티시모, 아주 세게)로 등장한다. 일곱 마디 내내 거침없는 어조로 노래하는 동안 왼손은 똑같은 베이스 솔을 계속 유지한다. 어떤 것에도 괘념치 않는 그의 마음과 어떻게 해도 가질 수 없는 그녀, 오른손이 작게 속삭이기 시작하자 그제야 베이스도 라로 한 음 올라가 단조 화성을 만들고 그 불안감에 동조한다. 서로 주저하는 듯한 리타르단도(점점 느리게)를 거쳐 다시 처음 주제로 돌아 온 선율에, 이번에는 트릴(연속 꾸밈음)이 더해진다. 처음에는 그 모양새가 사랑을 속삭이는 새의 지저귐같이 고요하지만, 점차 그 폭이 커지고 이내 광기로 치닫는다.
자꾸만 엇갈리는 환상과 현실처럼, 함께 있지 못하는 연인처럼, 오른손과 왼손은 계속 당김음을 주고받는다. 41마디에 이르러서야 처음으로 같은 선율을 노래하는 양손. 애타지만 절대적인 하나의 선율. 정확히는 왼손의 내성까지 합쳐 세 성부가 같은 선율을 놓지 않는다. 다시금 잠시 엇갈리는가 싶다가 제2주제에 도달한 양손은 드디어 장조의 선율, 사랑의 노래를 부른다. 오른손 선율을 왼손이 따라, 왼손을 오른손이 따라... 그러다 노래하기를 갑자기 멈춘 양손은 74마디에서 미플랫 음 하나만을 남긴 채 파편처럼 흩어진다. 하나 남은 그 음은 바로 '귀 기울여 들어야 할', '모든 음을 뚫고 들려오는 나지막한 음'. 그리고 이것은 이내 기타의 아르페지오를 연상시키는 왼손의 화음으로 바뀌고, 그때 이것을 반주 삼은 오른손이 느닷없이 허공에 구름으로 세레나데를 새긴다. "난 정말 당신뿐이야!"
그런데 이런 노골적인 1악장보다 클라라의 마음을 더욱 사로잡은 것은 2악장이었다. (생략)
클라라는 "8~16마디에서 내 가슴이 터지는 것 같아서"라며 화답했다.
진정한 '환상'은 3악장에서 그렸다. 앞 두 악장에 각각 '폐허'와 '승리'로 소제목을 붙인 그는 이 3악장에 '빛나는 왕관'이라 이름 붙였다. (생략)
여기까지가 이 곡에 대해서 손열음님이 쓰신 부분이다
곡과 같이 보면 더 재밌게 들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메모해놨다
마지막으로 한 문단만 더 메모하고 마무리 (손열음 - 하노버에서 온 음악 편지 중)
나만의 시각으로 그 내용들을 하나의 키워드로 만들어본다면...
베토벤은 '자유에의 성취'
슈베르트는 '절망속의 희망'
슈만은 '사랑'
쇼팽은 '그리움'
브람스는 '결핍'
차이콥스키는 '꿈'
쇼스타코비치는... '고발'이라 하겠다.
그리고 이 작곡가,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의 키워드를, 나는 (생략)
(고발 :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잘못이나 비리 따위를 드러내어 알림.)
작곡가마다의 느낌을 말씀하신 건데 재밌어서 메모했다
원래는 프로코피예프라는 작곡가에 대해서 쓴 글이고 이 글 뒤로는 프로코피예프에 대한 키워드와 느낌을 말씀하시는데, 그건 프로코피예프 곡 추천할 때 써야 어울릴 것 같아서 여기까지만 메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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