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 교수님이 책 전체는 아니지만 한 챕터를 쓰셔가지구 궁금해서 전자책으로 읽어 봤다. 책은 우리나라 여러 분야의 과학자 분들이 각자 자신의 분야에 대해서 강연을 하고, 추가로 질문에 대한 답을 작성한 책이었는데 인류학, 생물학, 물리학, 천문학 등 여러 분야의 배경 지식을 골고루, 조금씩이나마 접할 수 있었던 책이었다. 내가 제일 관심을 가져왔고 재밌어하는 분야는 역시 생물학이기 때문에 최재천 교수님이 작성하신 챕터가 압도적으로 재미있었다. 최재천 교수님 글은 항상 재밌게 읽히는 것 같다. 그치만 이번 책에서는 생물학 말고도 다른 분야도 메모하고 싶었던 게 조금 있었기 때문에 밑에 좀 더 메모
Why so many?
최재천
돌연변이와 진화
생명은 최초에 발가벗고도 자기 복제를 할 줄 아는 RNA 혹은 DNA와 같은 화학물질이 등장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세포막을 만들어서 자기를 감싼 세포 여러 개가 뭉쳐서 다세포생물이 생겨나고. 이렇게 해서 지구의 생명이 탄생해서 발전해온 겁니다. 다윈의 《종의 기원》에서 가장 유명한 문장이 “From so simple a beginning endless forms most beautiful and most wonderful have been, and are being, evolved”입니다. 지극히 단순한 시작으로부터 어마어마한 다양성이 나왔다는 뜻이죠. 다윈은 1831년에 비글호라는 세계 탐험선에 박물학자 (자연학자) 로서 오릅니다. 5년이나 걸려 세계 일주를 하고 돌아왔는데요. 다윈은 돌아오자마자 가축연구하는 사람들을 찾아다닙니다. 비둘기 품종을 개량하는 곳에 열심히 따라다녔지요. 세계를 일주하면서 다양한 생물들을 관찰했는 데, 이게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빅토리아 시대 영국의 사고방식으로는 하나님이 일일이 빚어서 만들어주셨다고 믿었지만, 과학자인 다윈은 창조론을 믿기 어려웠어요. 가만히 보니, 육종학을 하는 사람들은 다양한 품종을 만들어 냈고, 그것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요. 인간이 자연의 생물들을 가지고 온갖 장난을 치는 셈이잖아요. 하루에 한 번씩 알을 낳는 닭은 인간이 만들어낸 거거든요. 새끼를 낳지도 않았는데 젖을 만드는 젖소도 개량해서 만든 것이고요. 농사도 품종 개량을 통해 발전했지요. 다윈은 여기에 착안한 겁니다. 인간이 다양한 품종을 만들어내듯이 자연에서는 저절로 그런 일이 벌어지는 거죠.
《종의 기원》의 차례를 살펴보면, 앞부분에 ‘가축들에 있어서의 변이들’이라는 항목이 나옵니다. 당시의 영국 사람들은 품종 개량과 육종학에 꽂혀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다윈이 일부러 그렇게 정한 면도 있어요. 다리가 짧고 허리가 긴 닥스훈트 같은 개가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 설명하고, 자연에도 이런 것이 많은데 그게 생존 투쟁을 하다가 일어났다고 설명합니다. 그런 메커니즘을 자연선택이라고 하지요.
저는 다윈을 평생 연구했는데, 다윈은 아인슈타인과는 결이 다른 형태의 천재입니다. 순발력이 좋았던 것은 아닌데, 깊이 생각해서 종합하는 능력이 아주 탁월했던 것 같아요. 그레이하운드 같은 개는 얼마나 품종 개량을 잘했으면 저렇게 빨리 달릴 수 있겠어요? 개는 늑대의 후손이라는데, 늑대는 저렇게 빨리 달리지 못할 거예요. 그런데 자연계에 그레이하운드보다 빠른 동물이 있어요. 바로 치타지요. 즉, 인간이 개입해서 품종을 개량하지 않아도 자연에서는 저절로 벌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다윈은 인간의 품종 개량을 ‘인위선택’ 또는 ‘인공선택’이라고 합니다. 반면 자연선택을 Natural selection 이라고 하는데, 이는 자연계에서 벌어지는 선택이라기보다는 내버려둬도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선택’이라는 뜻입니다.
자연계에서 뭔가 변화를 일으키려면 변이가 있어야 합니다. 다 똑같은데 아무리 선택해본들 아무 변화도 안 일어납니다. 돌연변이는 문제없이 잘 일어나야 하는 세포 분열 과정에서 뭔가 문제가 생긴걸 가리킵니다. 지구상의 엔지니어링 메커니즘 중에 가장 정밀한 것이 생명체의 세포 분열이거든요. 크게 잘못되는 경우가 그렇게 많지 않은 걸 보면 기가 막힌 기계입니다. 잘나가던 공정이 조금 틀렸다면 제대로 된 제품이 나올 리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돌연변이는 대부분 나쁜 거예요. 그런데 그중에 어떤 것이 생명체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맞아떨어져서 좋은 방향으로 진화가 일어난 거죠. 그러나 진화가 돌연변이에 의해서만 일어났다면, 과연 지금처럼 다양한 생물들이 나올 수 있었을까요? 새로운 변이를 만들어주는 관점에서는 돌연변이가 압도적으로 중요하지만, 돌연변이만 진화를 일으키는 재료로 사용되는 건 절대로 아닐 거라는 말이죠.
진화생물학에서는 자연계에는 유전자가 그냥 움직이기도 하고, 자연선택의 영향도 없이 우연하게 생기는 일도 많다고 주장합니다. 어쩌다가 벌어진 일처럼, 자연계에는 우연한 일이 참 많다는 겁니다. 이런 게 돌연변이보다 때로는 영향력이 훨씬 강합니다.
진화라는 건 국지적으로 벌어지는 일인데, 어쩌다가 한 무리의 생명체들이 어디에 고립되면 자기네들끼리만 번식하거든요. 비슷한 것들끼리만 고립되면, 그다음부터는 그 동네에서는 계속 그런 종류의 생물들만 자꾸 만들어지는 거죠. 이런 현상을 연구하는 분야를 섬생물지리학이라고도 하고, 이로 인해 생기는 효과를 창시자 효과 라고 부릅니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지구의 생명의 역사에서 벌어졌지요.
그런가 하면 우리나라에는 근래에 동남아시아 여성들이 많이 와서 결혼을 했거든요. 그 여성들이 한국인은 원래 갖고 있지 않던 유전자를 잔뜩 가지고 들어왔지요. 그래서 대한민국 전체 유전자군에 갑자기 새로운 유전자들이 많이 들어온 거예요. 이렇게 유전자가 흘러들어 오는 일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런 일들이 생명의 역사에서 무수히 많이 벌어졌습니다. 그래서 변이는 무궁무진하게 많이 만들어졌습니다.
다윈은 《종의 기원》 을 쓰면서 2가지 고민을 했다고 합니다. 잘못 되면 내 이론이 망가질 거라고 한 걸 보면 2가지를 놓고 굉장히 고민했던 것 같아요. 그중에 하나는 일개미나 일벌의 자기희생을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라는 문제였어요. 끝내 그것에 대해 서는 정확한 답을 못 냈지요. 또 하나는 성선택입니다. 암수가 왜 다른가 하는 것인데, 장끼는 화려한 모습 때문에 눈에 띄어 잡아먹히지만, 까투리는 보호색을 띠고 숨어 있는 것과 같은 거죠. 12년 후에 《인간의 유래》라는 책에서 성선택론에 대해 확실하게 설명합니다. 헬레나 크로닌 Helena Cronin 교수가 《개미와 공작 The ant and the
peacock》이라는 책을 썼는데요, 이 두 동물이 다윈의 두 고민을 상징 하는 동물입니다.
성을 갖고 있는 동물에게 번식은 정해진 행위가 아니거든요. 어쩌다 결혼하고, 누구랑 아이 낳고 삽니다. ‘어쩌다’라고 표현했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굉장히 신중한 선택 과정을 거치지요. 무작위일 리가 없는 거죠. 그래서 그 과정을 통해 아주 독특한 유전자 조합이 만들 어집니다.
홀데인이라는 유명한 유전학자에게 어떤 마을 사람이 조물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답니다. 그랬더니 “하나님은 딱정벌레를 병적으로 좋아하셨나 보다”라고 대답했답니다. 그때는 아무도 무슨 뜻인지 몰랐답니다. 창세기를 보면 하나님이 진흙으로 빚어 생명을 불어넣었다고 하지요. 그런데 어느 날 딱정벌레를 만들어보시고는 너무 귀여운 나머지 정신없이 너무 많이 만드셨다는 뜻에서 그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홀데인이 그렇게 말할 만큼, 딱정벌레는 정말로 다양하고도 많아요. 이게 자연입니다. 아주 다양하게 계속 변화하는 게 자연계지요. 흔히 선택과 집중이라고 말하는데, 말 그대로라면 잡초는 다 죽을 겁니다. 하지만 때로는 잡초가 효자 노릇을 하기도 하지요. 선택과 집중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잡초도 좀 챙겨야 한다는 거죠. 선택과 집중을 톱다운 형식으로 하게 되면 전체가 무너질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자연계는 보텀업 형식으로, 모두가 각자도생하면서 아주 다양한 방향으로 진화하지요.
다양성과 대절멸
인류도 우리 하나만 있었던 것은 아닌 듯합니다. 손으로 도구를 만들어 썼다는 호모 하빌리스, 제대로 일어선 호모 에렉투스, 호모 에르가토스 등등, 많았어요. 유럽에서는 그리 멀지 않은 옛날 네안 데르탈인이 우리와 함께 살았고, 자식도 같이 낳았어요. 지금은 다른 호모 종들을 다 밀어내고 호모사피엔스 혼자 남았잖아요.
그런데 지금 세계인이 다 비슷비슷해지고 있어요. 예전에는 진화가 워낙 국지적으로 벌어져서 이스라엘의 도마뱀들은 이스라엘 도마뱀들끼리 짝짓기했고, 인도네시아 나비는 인도네시아 나비끼리 짝짓기했어요. 인간 사회도 핀란드 사람들은 핀란드 사람들끼리 결혼했잖아요. 지금은 모든 인종이 마구 돌아다니며 피를 섞고 있지요. 동남아시아 여성이 우리나라에 오면서 전체 유전자군의 다양성이 상당히 증가했어요. 다양성이 증가하면 건강해집니다. 전염병이 돌 때 살아남을 확률이 훨씬 높아져요. 그렇지만 전 세계로 보면 국지적으로 있던 다양성들이 다 사라지고 있는 겁니다. 전부 섞이니까요. 세계가 하나의 인종으로 자꾸 섞여가는 것이 과연 좋은 일인지 한 번쯤은 생각해봐야 하는 문제입니다.
만일 어떤 기가 막힌 대체 유전자가 개발되어 그것만 갈아 끼우면 아이큐도 높아지고 수명도 늘고 몸매도 예뻐진다면, 누구나 똑같이 그 유전자로 갈아 끼우는 이상한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죠. 그러던 어느 날 그 유전자를 공략하는 바이러스가 나타나면 유전자의 관점 에서 보면 전부 복제인간이니 한꺼번에 치명적인 영향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지금 전 세계적으로 거대한 유전 실험이 진행 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 세계에 어떤 생물도 그 종에 속하는 모든 개체들이 한 곳에 모여서 번식하는 생물은 없습니다. 예외가 하나 있다면, 태평양 연안의 강에 사는 모든 뱀장어들은 태평양 어딘가에 전부 모입니다. 대서양 연안에 사는 뱀장어들은 대서양 어딘가에 모입니다. 암컷들이 알을 낳으면 수컷들이 그 위로 정액을 뿌려대고, 정자와 난자가 마구잡이로 섞이면서 굉장히 무작위적인 수정이 벌어지는 거죠. 저는 가끔 인간이 뱀장어가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과연 인류가 어떻게 변할까 굉장히 궁금합니다.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는 병원에서 초음파 사진 대신 DNA 염기서열을 보여주면서, “건강한 따님입니다” 할지도 모르죠. “한 가지 조금 걱정되는 것은, 40대 후반에 파킨슨병이 나타날 확률이 0.02% 정도 있습니다.” 0.02%는 거의 안 벌어진다는 뜻이지만, 부모 입장 에서는 걱정을 안 할 수가 없거든요. “저희 병원에 맞춤 유전자가 있기는 한데, 좀 비쌉니다. 하나 갈아 끼우는데 4천만 원 정도 듭니다.”
그러면 은행 빚을 내서라도 갈아 끼우겠죠. 이렇게 시간이 가다 보면 우리가 다 똑같은 유전자를 갖게 되는 일이 벌어지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듭니다. 중국에서 얼마 전에 유전자 조작을 통해 아이가 태어 나기도 했고요. 크리스퍼 CRISPR 기술이 예전에 비하면 굉장히 정교 해지긴 했지만, 이런 일이 앞으로 얼마나 자주 벌어질까에 따라 인간의 미래가 어떻게 될까,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요.
〈쥐라기 공원〉에서 이언 말콤이라는 수학자가 이렇게 얘기하죠.
“생명은 그렇게 붙들어 맬 수 있는 게 아니다. 생명은 길을 찾는다.”
의사는 절대로 공룡 알이 부화하지 않을 거라고 장담했지만, 결국 번식을 시작합니다. 이렇듯 생명은 또 길을 찾아가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생물학자들은 이상한 내기를 잘합니다. 인류가 이 지구에 태어난지 25만 년 정도 되는데, 25만 년을 더 살 건지를 두고 내기를 합니다. 아무도 결과는 알지 못하지만, 저는 ‘못 산다’에 걸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하는 짓을 보면 25만 년은 턱도 없을 것 같아요. 갈 길을 재촉하는 동물인 것 같아요. 굉장히 늦게 태어났는데, 얼마 살지도 않았는데, 빨리 떠나고 싶어서 몸부림 치는 동물 같다는 생각이 듭니 다. 《사피엔스》의 유발 하라리 Yuval Harari 도 인류가 몇 백 년 안에 멸종할지도 모른다고 썼습니다. 앨런 와이즈먼 Alan Weisman 도 인류가 없어지고 난 다음 지구는 별탈 없이, 오히려 더 행복한 지구가 된다고 했고요.
지구는 그동안 다섯 번의 대절멸 사건을 겪었습니다. 지금 제6의 대절멸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다섯 번의 절멸은 전부 천재지변과 관련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천재지변도 일어나지 않는데 호모사피엔스의 장난질 때문에 대절멸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가장 최대 규모일 거라는 예상이 나옵니다.
2002년에 조엘 코언 Joel Cohen 이라는 록펠러 대학의 석학이 우리 나라 세계생태학대회에 참석했는데, 어느 일간지와 인터뷰하면서 “생태학이 우리를 이 위기로부터 구원해줄까요?”라는 질문에, “생태학 혼자서는 불가능하지만, 생태학을 빼놓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라는 명답을 내놓더군요.
사회학자들은 인류의 역사를 ‘전환 turn’이라는 개념으로 종종 설명합니다. 언어적 전환, 문화적 전환 같은 것이죠. 지난 세기말 국제 학회에서 저는 이제 우리에게 남은 유일한 전환은 생태적 전환 ecological turn 이라고 선언했습니다. 우리 존재 자체가 공격받고 있으니까요. 다른 생물과 함께 이 지구를 공유하고 공생하는 호모 심비우스 Homo Symbious 로 거듭나야 할 것입니다. 다양성을 유지하지 않는 한, 가장 먼저 절멸될 그룹 중 하나가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왜 지구의 생명 중에 성공한 생물은 선택과 집중이라는 전략을 택하는 대신 끊임없이 다양해지는 방향으로 진화해온 것일까요?
카프카의 《변신》이란 소설은 “깨어나보니 갑충이 되어 있더라”라는 말로 시작합니다. 지금 애벌레가 됐다고 생각해보세요. 눈에 띄는 이파리가 너무 맛있어서 열심히 갉아먹습니다. 다 먹고 나니 문제가 생겼습니다. 바로 옆에 있는 식물을 맛봤더니 영 맛이 없어요.
맛은 없지만 그래도 먹을까 고민하다가 기어코 똑같은 이파리를 먹어야겠다고 생각하면 길을 떠나야 합니다. 7미터쯤 가야 똑같은 식물이 있다고 칩시다. 인간이야 7미터 이동하는 게 별일이 아니지만, 작은 곤충에게는 7미터가 구만리지요. 그리고 정확한 위치를 모르니 방향도 잡지 못한 상황에서 왔다 갔다 두리번거리며 찾아야 하니까 제법 시간이 많이 걸리겠죠? 그동안 그 애벌레가 뜯어 먹었던 그식물이 또 자랍니다. 그러니까 자연계에는 다양성만 존재하면 더 많은 생물들이 공존할 수 있습니다. 다양성은 이렇게 아주 간단한 차원에서부터 굉장한 의미를 갖습니다.
Q2 왜 다양성이 성에 있어서는 2가지로밖에 분화가 안 되었을까요? 혈액형에는 A형, B형, O형이 있듯이, 성 자체가 좀 더 다변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는데 생물학적 요인에 의해 다변화가 안 된 건지, 아니면 진화가 덜 돼서 두 성밖에 없는 건지 궁금합니다.
최재천 : 성은 2개가 아닙니다. 식물은 성이 무궁무진하게 많습니다. 꽃 안에 암술, 수술이 같이 있잖아요. 그 안에서 서로 꽃가루를 주고받으면 일종의 근친상간 이지요. 그래서 대개 수술들이 먼저 발육합니다. 처음에는 벌이 날아와서 몸에 꽃가루를 묻히다가 꽃가루가 다 없어지면 수술들이 줄어들면서 암술이 우뚝 섭니다. 그때 꽃은 꽃가루를 받습니다. 그래서 남성으로 시작했다가, 무궁무진하게 다양한 남녀 단계로 일생을 사는 겁니다. 그래서 식물에는 성이 어마어마하게 많습니다. 동물도 2가지만 있는 게 아닙니다. 개미의 경우, 서너 개의 성이 동원돼야 여왕개미를 만들고 일개미를 만들 수 있는 종이 있지요. 인간의 역사를 놓고 봐도, 중세까지만 해도 성이 둘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남성들 간의 동성애가 가장 고귀한 사랑으로 여겨지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때는 간성을 당연히 여겼는데요, 양쪽 성의 속성을 다 갖춘 거죠. 유럽의 문화에서는 성을 다양하게 이해했어요. 그런데 염색체의 발견으로 인해 생물학에서 성이 2개 라고 명확하게 구분하게 된 거죠. 성을 영어로는 Sex라고도 하고 gender라고도 하잖아요. sex는 XY염색체 때문에 둘일지도 모르지만, gender, 즉 성의 역할로 보면 상당히 다양하죠. 우리들 중에 남성이지만 상당히 여성적인 남성도 있듯이 말입니다. 중세까지만 해도 성에 관해 굉장히 포용적이었는데, 오히려 근대 사회로 들어오면서 고지식해졌어요. 이런 구분이 옳은 건지는 생물학적으로, 사회학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재천 : 사실 유성생식은 별로 좋은 건 아니거든요. 유성생식을 하는 존재들의 입장에서 보면 골치 아프잖아요. 짝을 찾아야 하고, 밀당을 해야 하니까요. 그런데도 유전자를 섞을 수 있다는 어마어마한 장점 때문에 지구의 생물들이 대개 유성생식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구에 성이 탄생하지 않았다면 정말 지구는 밋밋하지 않았을까요. 물론 세균만으로도 어마어마한 다양성이 만들어 졌을 가능성을 절대로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다양성을 얘기할 때, 종이나 유전자 다양성만 언급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들이 만들어내는 삶의 형태의 다양성도 있으니까요.
우리가 볼 수 있는 우주의 한계는 420억 광년 거리입니다.
이 거리는 138억 년 전에 출발한 빛이 날아와서 오늘날 도달한 거리 입니다. 빛이 날아오는 동안에 우주가 팽창해서, 현재 동시 공간상 에서는 이 위치들은 420억 광년에 있는 거예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어원은 무엇이며, 어떻게 등장하게 되었는지, 그 의미는 무엇인지 설명해주시죠.
박명구 : 원래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는 천문학자들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관측한 자료들을 맞추려고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필요해진 것입니다.
처음에는 암흑물질이라고 하지 않고 ‘질량 실종 문제’라고 불렀어요. 은하들이 굉장히 빨리 회전하고 돌아다니는데도 흩어지지 않고 붙잡혀 있는 걸로 봐서는 굉장히 높은 질량이 있어야 하는데, 실제 눈에 보이는 별이나 기체를 다 더해 봐도 필요로 하는 질량의 10분의 1밖에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질량을 찾아야 하는데 못 찾겠다고 해서 질량 실종 문제라고 했습니다. 암흑이라는 말이 붙은 것은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입니다. 천문학자들이 지금 가지고 있는 기술로는 찾기 어려운 물질이라는 뜻입니다. 암흑에너지도 마찬가지예요. 최근에 우주가 팽창하는 속도가 빨라졌단 말이에요. 그래서 팽창 속도를 더 빠르게 만드는 특성을 가진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고 보고, 이것을 암흑 에너지라고 불렀어요. 현상을 설명해야 하는데 일반적으로는 설명이 안 되니까 새로운 요소를 만들든 가정을 만들어서 설명한 거죠.
박창범 : 암흑물질은 처음 인식한 게 1930년대니까 벌써 90년 가까이 됐지만, 정체가 무엇인지는 아직도 밝히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 성질은 굉장히 잘 알려져 있습니다. 반면 암흑에너지는 현재 그 성질을 조사하고 있지요. 전 세계 천문학계에 투자되는 연구비의 상당 부분이 여기에 들어가고 있어요.
암흑물질은 우주를 설명하는 데 워낙 필요하고 성공적이었기 때문에 포기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은하가 자전하고 있는데, 이 자전 속도가 그 속의 별과 구름의 질량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빨라요. 그래서 눈에 보이지 않는 물질이 있어야 한다는 결론이 난 거죠. 우주 초기에 밀도의 요동이 일어났을때 점점 더 무거운 요동이 됐다가 나중에 천체가 생기거든요. 그 자라나는 속도가 우주가 팽창하는 속도와 같습니다. 그러니까 우주가 지금보다 1,000배 작았을 때는 우주의 밀도 요동은 1,000분의 1 작았겠죠. 그리고 온도는 더 낮으니까 1,000배 더 높아야 합니다. 그런데 온도 요동을 재보면 1,000분의 1의 요동이 보이는 것이 아니라 10만 분의 1의 요동이 보여요. 그러니까 예상하는 것보다 요동이 굉장히 빨리 자란 겁니다. 우주가 지금보다 1,000분의 1이었을 때 우주에 있는 밀도 요동은 10만 분의 1이었다가, 우주가 1,000배 커지는 사이에 1,000배가 커진 게 아니라 10만 배가 커진 거예요. 암흑물질을 집어넣으면 이게 설명이 됩니다.
그 외에도 암흑물질이 있으면 설명할 수 있는 문제들이 많아요. 만약 암흑물질이 없다면 별이 은하 주변을 너무 빨리 돌아서 모두 튀어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은하의 질량만으로는 이렇게 빨리 회전 하는 별을 붙들어둘 힘이 부족하니까요. 질량을 지닌 별의 운동 속도를 예측한 것과 실제 관측된 결과가 달라요. 이를 설명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거리가 멀어지면 거리에 따라 중력이 굉장히 강해진다는 것이고, 또 한 가지 방법은 별과 은하 중심부 사이에 보이지 않는 물질이 더 있다는 것이죠. 이는 암흑물질이 있다는 가장 오래된 증거입니다. 앞에서 10만 분의 1의 요동이 있다고 했는데, 그것만 가지고는 현재 관측한 우주 구조를 설명할 수 없어요. 그것보다 5~6배 많은 암흑물질이 있어야만 암흑물질 요동이 생기고, 실제로 관측한 은하, 은하단과 같은 우주의 구조를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빛이 무거운 질량 주변을 통과할 때는 휘어지는데, 그 휘어짐의 정도가 우리가 알고 있는 별의 질량을 전부 합쳐놓은 것보다 훨씬 크다면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가 더 있다고 봐야겠지요. 물질보다 암흑물질이 5~6배는 더 있어야 이 구조가 잘 형성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암흑에너지는 우주상수라고도 부르는데, 정확하게 암흑에너지가 무엇인지는 모르고 있습니다. 암흑에너지는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단위 부피당 그 양이 변하지 않아요. 우주 초기로 거슬러가면 복사나 물질에 비해 어마어마하게 적은 양이 있었는데, 우주의 팽창과 더불어 복사나 물질이 점점 줄어드는 데 반해 암흑에너지는 그 밀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므로 지금에 와서는 단위 부피당 물질보다 더 많은 암흑에너지가 있습니다. 굉장히 이상한 일이죠. 하지만 앞으로의 운명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어요. 우주는 현재 가속팽창을 시작했으니까 더 빨리 팽창할 테고, 물질과 복사는 밀도가 더 빨리 줄어들 것이며, 암흑에너지만 남아서 끊임없이 가속팽창을 할 거라 보는 거죠.
20세기 초에 아인슈타인이 방정식으로 우주를 설명하려 했을 때, 물질의 밀도 때문에 팽창하거나 수축하거나, 둘 중 하나의 해만이 가능했어요. 팽창하는 경우 밀도가 줄어들기 때문에 시간에 지남에 따라 감속팽창을 하고, 수축하는 경우 밀도가 증가해서 수축이 빨라지는 2가지 해밖에 없었는데, 허블이 우주가 팽창한다는 걸 발견하기 전에는 아무리 별을 봐도 우주의 공간이 움직이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정지한 우주와 맞는 해를 구할지 고민 하다가 아인슈타인이 도입한 게 우주상수예요. 불안정하긴 하지만 적어도 정지한 우주를 구현할 수 있으니까요.
우주상수는 모든 우주 공간에 에너지 밀도를 일정한 값으로 두는 것인데, 중력의 입장에서는 반중력을 도입한 것과 같습니다. 암흑에너지가 미치는 압력은 물질의 압력과 반대예요. 물질은 밀어내지만, 암흑에너지는 잡아당기지요. 중력의 입장에서 물질은 서로 잡아당기는데 암흑에너지는 서로 밀어내고요. 아무것도 없이 암흑에너지가 있으면 모든 걸 밀어내기 때문에 공간이 가속팽창하는 상태가 됩니다.
표준모형
우주 전체의 모습을 연결하기 위해서 빠뜨릴 수 없는 게 표준모형 입니다. 사실 자연에 존재하는 많은 현상을 간단한 물리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인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전자기 이론입니다. 전기와 자기 현상은 맥스웰 방정식이라는 단 하나의 방정식으로 기술할 수 있는데, 전기와 자기를 합친 전자기 상호작용 외에 약한 상호작용과 강한 상호작용을 포함한 모든 세상의 물리 법칙이 표준모형입니다. 표준모형은 강력, 약력, 전자기력을 양자역학 으로 이해하는 것이고요.
물질은 쿼크라고 불리는 강한 상호작용을 하는 입자와 전자와 중성미자라고 하는 경입자로 이루어져 있고, 경입자와 강입자는 글루 온, W와 Z, 광자에 의해 상호작용이 일어납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기본 입자는 굉장히 많아 보이지만, 무거운 것은 다 붕괴하고 일상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업쿼크, 다운쿼크, 전자의 3가지뿐입니다. 업쿼크와 다운쿼크는 자연에서 양성자와 중성자의 상태로 존재합니다. 이것들이 어떻게 질량을 가질 수 있었을까요? 물론 양성자 질량의 대부분은 강한 상호작용이 만들어내는 것이긴 하지만, 그 외의 나머지 기본 입자의 질량, 특히 전자의 질량은 100%가 힉스 입자에 의한 것입니다. 그 질량을 주는 입자로 힉스가 있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실제로 이걸 관측하기까지는 30~40년이 걸렸습니다. 힉스라는 이름은 유명한 한국인 물리학자인 이휘소 박사가 붙인 것이고요.
원리를 간단하게 설명해볼까요? 우주를 물질이라고 생각하면, 금속과 같은 상태에 있다가 상전이해서 초전도체 상태가 된 것과 마찬 가지입니다. 그러면 초전도체 안에서는 전자가 자유롭게 돌아다니지 못하고, 힉스장이 어떤 특별한 값을 가지고 공간에 퍼져 있기 때문에 힉스장과 어떤 크기의 상호작용을 하느냐에 의해 기본 입자의 질량이 결정됩니다. 그래서 전자가 가벼운 이유는 그 상호작용의 크기가 약해서이고, 쿼크가 가장 무거운 이유는 힉스장과 가장 강하게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입니다.
힉스 입자와 상호작용이 강하면 무거운 입자가 되고 무거운 입자는 순식간에 가벼운 입자로 붕괴합니다. 그래서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입자는 가벼운 입자밖에 없어요. 힉스 입자를 만들어내려면 가벼운 입자를 충돌시켜야 하는데, 힉스 입자와의 상호작용이 너무 약해요. 그래서 발견하는 데 30~40년이 걸린 거죠. 힉스 입자의 질량은 표준모형이 예측하지 못한 임의의 값일 수 있는데요. 굉장히 흥미로운 것이, 힉스 입자의 질량이 힉스 입자가 붕괴하는 채널이 굉장히 다양할 수 있는 바로 그 값에서 발견되었다는 것입니다. 힉스 입자가 한 채널로만 붕괴했다면 힉스라는 걸 어떻게 알아낼지 고민했을 텐데, 적어도 이 점에서는 운이 좋은 거죠. 우주론적으로도 그런 관측 결과들이 많습니다.
인간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우주의 물리적인 성질 사이에는 서로 모순이 없어야 하고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우주는 지적 설계자에 의해 인간의 존재를 위해 정교 하게 설계되었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것은 ‘강한 인류 원리’라고 합니다만, 이는 과학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논리는 아닙니다. 반면에 우주의 성질이 인간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모순이 없어야 한다는 ‘약한 인류 원리’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지적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어쨌든, 호일은 약한 인류 원리를 통해 자연의 중요한 성질 하나를 밝혀냈습니다.
밤하늘에 보이는 별들 중 90% 이상은 중심부에서 수소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고 있는 별들입니다. 우리 태양도 그중의 하나입니다.
수소 핵융합은 수소 4개가 결합하여 하나의 헬륨을 만들어내는 과정입니다. 이런 별들을 흔히 주계열별이라고 부릅니다. 별들은 일생의 90% 정도를 주계열에서 보냅니다.
그러다가 오랜 시간이 지나면 별 중심부의 수소는 모두 헬륨으로 바뀌게 될 것입니다. 헬륨으로 바뀐 별의 중심을 헬륨 핵이라고 부릅니다. 수소 연료가 다 없어졌으니 헬륨 핵이 만들어지면 더 이상 내부에서 에너지가 생성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헬륨 핵은 중력에 의해 수축합니다. 그러다가 온도가 수억 도 정도로 충분히 높아지면 3중 알파 반응이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3중 알파 반응은 헬륨 3개가 탄소 하나로 바뀌는 과정이지요. 이렇게 별 내부에서 탄소가 만들어집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탄소의 일부는 다시 헬륨과 결합하여 산소가 되지요. 결국 모든 헬륨이 다 소모되면 탄소와 산소로 구성이 된 핵이 생깁니다.
태양과 같이 비교적 질량이 작은 별들의 중심부가 탄소와 산소로 구성이 된 핵으로 바뀌는 단계가 되면, 매우 복잡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이 단계의 별을 흔히 점근거성렬별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 별의 중심부는 탄소와 산소 핵이고, 그 윗부분에는 헬륨 으로 구성된 껍질이 있습니다. 헬륨 껍질에서는 3중 알파 반응이 여전히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헬륨 껍질 바로 위는 수소가 많이 존재하는 표피층인데, 여기에서는 ‘수소 껍질 핵반응’이 발생합니다. 탄소-산소 핵은 밀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헬륨 껍질의 밀도도 상당히 높고 여기에서 발생하는 핵반응은 일반적으로 매우 불안정합니다. 원자폭탄이 폭발하듯이 격렬한 핵반응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면서 막대한 양의 에너지가 별의 표피층에 전달되고, 별 표피 층에서는 에너지를 바깥쪽으로 전달하기 위해 격렬한 물질의 순환이 발생합니다. 그 과정에서, 마치 중국의 황사 먼지들이 대류에 의해 한국까지 전달되는 것처럼, 별 안쪽에서 만들어진 많은 양의 탄소나 질소가 별의 표면으로 전달됩니다. 그리고 별 표면에서 발생하는 항성풍을 통해 별을 빠져나와 우주 공간으로 퍼져나가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철보다 무거운 다양한 중원소나 희토류 원소가 중성자 포획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그중의 하나가 ‘테크 네튬’이라는 것인데, 지구에는 존재하지 않는 원소입니다. 반감기가 20만 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 불안정한 원소입니다. 지구의 나이가 46억 년이니까 지구 초기에 테크네튬이 있었더라도 다 사라졌을 테지요. 그런데 죽기 직전 단계에 다다른 점근거성렬별의 스펙트럼을 관찰하면 테크네튬이 만들어내는 흡수선이 관찰됩니다. 이런 별들은 대략 수십억 년 이상 되는 굉장히 늙은 별이에요. 그런데 테크네튬이라는 원소가 만들어졌다는 것은 20만 년이라는 짧은 시간 이내에 이런 새로운 원소가 별 내부에서 만들어졌다는 뜻입니다. 별 내부에서 테크네튬 같은 새로운 원소가 만들어진다는 증거이지요.
점근거성렬별이 표피층의 물질을 항성풍을 통해 우주 공간으로 방출하면 ‘행성상성운’이라는 굉장히 아름다운 천체들을 만듭니다.
일반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고리성운’ 역시 행성상성운의 하나입니 다. 이곳에 있는 물질을 자세하게 관찰하면 역시나 많은 양의 탄소, 질소가 발견됩니다. 탄소와 산소 모두 생명의 기원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원소이기에 행성상성운은 흔히 ‘생명의 요람’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결국 행성상성운의 물질들은 우리 은하 곳곳으로 섞여 새로운 별과 행성의 재료가 될 것입니다. 그 일부는 물론 새로운 생명의 재료로 쓰이기도 할 것입니다.
행성상성운 말고도 별이 죽는 또 다른 방식으로 ‘초신성’이 있습 니다. 초신성은 별이 거대한 폭발을 일으킬 때 발생하는 것인데, 태양보다 10배 정도 무거운 별이 죽어가면서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지구에만 물이 있는 줄 알았는데 외계에도 물이 있는 것이 특이하다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사실은 우주 공간에서 가장 흔한 분자를 꼽으라고 한다면 일산화탄소, 그다음이 물, 메탄, 암모니아예요. 우주 공간에 있는 물은 대부분 고체 상태로 존재합니다. 그것이 생명의 탄생에 역할을 하려면 액체 상태가 돼야 용매 작용을 할 수 있고요. 단순히 물 분자의 존재가 아니라 액체 상태로 있느 냐는 점이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는 말이지요.
생명이 탄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물질은 대략 언제쯤 만들어졌을까요?
윤성철 : 빅뱅 직후에는 중원소나 탄소, 산소도 없었으니, 그런 물질들이 별 내부 에서 만들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하죠. 물이 생명의 탄생에 정말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 우주 공간 어디에선가 물 분자가 만들어지기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물 분자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상당히 복잡해요. 물 분자라는 게 지구 대기에서 저절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고, 수소와 일산화탄소가 우주 공간에 떠돌아다니는 먼지 위에 들러붙어서 일산화탄소와 수소와 화학 작용을 해서 메탄을 만들고 메탄이 일산화탄소하고 화학작용을 해서 물 분자를 만들어요. 또 성간 먼지와 얼음들이 엉겨 붙으면 혜성과 같은 소행성들이 되고, 이들이 지구와의 충돌을 통해 혜성이나 소행성에 담겨 있던 물이 지구에 전달되는 과정을 겪어야 하지요. 최근에 천문학자들이 추정하기로는 지구가 우주에서 거의 최초의 생명을 담고 있는 행성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빅뱅 이후에 지구가 만들어지기 까지 적어도 90억 년의 시간이 필요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빅뱅 이후 생명의 탄생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한 셈입니다.
또 한 가지 덧붙이자면, 많은 유기물이 우주 공간에서 발견됩니다. 소행성이나 혜성이 단순히 돌덩어리, 얼음 덩어리인 것처럼 생각하지만, 천문학자들은 이천체들이 생명의 씨앗을 담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일산화탄소, 메탄, 암모니아, 물이 얼음 형태로 별들 주변에 존재하고 있는데 그런 것들이 별빛의 자외 선에 노출되면 그 안에서 화학반응을 일으키거든요. 화학반응을 하다 보면 글리신 같은 단백질의 기본 단위가 되는 분자라든가 DNA의 기본 단위가 되는 설탕 분자 등이 합성될 수 있고, 실제로 그런 분자들이 소행성에서 발견됩니다.
김혜자 님 수상소감 (1) | 2022.12.27 |
---|---|
제프리 베네트 [상대성 이론이란 무엇인가?] 책 메모 (0) | 2022.10.19 |
그림 따라 그리기 (~^▾^)~ (0) | 2022.09.03 |
귀여운 특수문자 ヽ(๑╹▽╹๑)ノ (0) | 2022.09.02 |
최재천 교수님 호주제 폐지 메모 (2) | 2022.09.01 |
댓글 영역